자신들이 만든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원전 규제기관

김정수 2021. 2. 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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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오염수 바다누출 확인" 보고서 공개에
원자력안전위 "확인 안돼" 해당 내용 부인
보고서 작성 기관도 스스로 신뢰도 깎아내려
안전담당기관이 원전관리 불신 키우는 셈
규정된 방사성 물질 배출경로가 아닌 지하로 삼중수소가 누출돼 논란이 된 월성원전. 경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월성원전에서 방사성 물질 환경 유출을 확인했다는 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 보고서 내용이 알려진 뒤 해당 보고서 관련 기관에서 오히려 ‘보고서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해명을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법정 검사보고서 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원전 담당 기관 스스로 원전 관리체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한겨레>는 킨스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 월성원전 1~4호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검사보고서 내용 수백쪽을 검토한 뒤, “킨스가 지난해 월성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오염수 외부 유출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7일 보도했다.

원자력 분야에서 ‘오염수’란 명확히 정의된 법적 용어가 아니라 방사능을 띄고 있어 특별 취급해야 하는 물을 가리키는 일반 용어로 사용된다. 중수로인 월성원전 오염수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삼중수소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 내용 중 “물 처리실 중화조 집수정(Sump) 내 오염수가 누출돼 비방사성 지하수 처리계통인 터빈 갤러리를 통해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발견했다” “발전소 내외 여러 장소의 물시료 분석 결과가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또는 계통수의 누설에 의한 자연환경으로의 누출을 확인시켜 준다”는 등의 대목이 근거였다.

이 보고서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도 제출됐다. 원안위는 18일 <한겨레> 보도에 대해 “삼중수소와 관련하여 외부환경 유출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킨스의 종합적인 의견”이란 내용의 설명자료를 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엄재식 원안위원장도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외부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고, 누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킨스도 따로 설명자료를 냈다. “방사성 물질 누설로 인한 비방사성계통의 오염 여부는 감마핵종의 검출 유무로 확인한다. 보고서에 기술한 내용이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오염수의 외부 유출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원전은 설계 특성으로 인해 비방사성계통에도 삼중수소가 소량 포함돼 있어 정기검사를 통해 삼중수소 누설도 제대로 확인하고 관리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삼중수소 유출 가능성까지는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

킨스는 보고서의 신뢰도를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신호상 킨스 원자력검사단장은 바다 유출이 발견됐다고 표현돼 있는 중화조 집수정 물에 삼중수소가 저농도로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구조물이 손상된 것만 보고 바다까지 유출된 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는데, 해당 부분은 보고서 작성자가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실린 표현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런 해명에 대해 환경단체 원자력안전연구소의 한병섭 소장은 “삼중소수도 방사성 물질이고, 월성원전에서는 제일 중요한 물질인데 그걸 방사성 물질로 안 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초점을 돌리려는 해명자료”라고 말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방사성계통의 삼중수소가 비방사성계통수로 유입돼 유출돼도 감마핵종이 포함되지 않으면 유출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저장조 등의 누출이 없음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킨스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장군현 킨스 노조위원장은 “원안위 사무처의 갑질 때문에 킨스에서 원전 검사를 나가서 가동을 중단시켜야 할 정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직무 배제와 같은 인사불이익을 각오하지 않고는 하기 힘들다. 해당 부분은 작성자가 이미 2018년에 같은 내용을 넣으려다 사무처의 갑질에 굴복한 내부 압박 때문에 포기했다가 노조의 문제 제기로 2019년부터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기관이 공식 보고서로 제출했으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하는데, 보고서 작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물타기를 하는 것은 규제기관 스스로 원전 관리체계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정기검사보고서 작성자는 계약직 신분인 구조물 검사 전문가로, <한겨레>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삼중수소가 함유된 계통수의 누설과 바다 유출이 확인됐다는 내용은 이달 원안위에 제출된 월성 2호기 제19차 정기검사 보고서에도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사용후연료저장조 및 연료재장전수조 등 수조 구조물 누설 여부 확인’ 항목에서 “물처리실 중화조 집수정(Sump)의 벽체 손상에 따라 집수정 내 오염수가 환경으로 누출돼 비방사성 지하수 처리 계통인 터빈 갤러리를 통해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기록했다.

보고서는 ‘시정조치 사항’에서 “환경으로의 계통수 누설에 따른 오염을 가능한 감소시키기 위해 수조 구조물 및 영구지하수 처리 계통, 지하수(지하관정), 지하매설 배관, 액체폐기물저장탱크 등과 관련한 부적절한 유지관리 절차 등을 보완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김민제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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