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구조사 "당신의 性은?", 이 첫 질문 때문에 난리났다는데..
‘당신의 성(sex)은 무엇입니까?’ 영국 통계청(ONS)이 3월 21일 잉글랜드·웨일스부터 시작하는 2021년 인구조사(census)를 앞두고, 1841년부터 물어왔던 이 질문의 답변 방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성(性)에 대한 답변은 한 나라가 출산율·남녀 예상수명을 추정하고, 육아·교육시설에서부터 주택·요양의료시설 계획, 범죄 예방 등에 이르기까지 국민 수요를 가늠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데이터다. 남녀는 평균수명뿐 아니라, 노년기에 잘 걸리는 질병의 종류도 다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는 남자가 더 많지만, 노년기에 경제적 궁핍을 더 심하게 겪는 것은 여성이다. 사회복지 계획도 센서스 결과에 달려 있다.
성(性)에 대한 질문은 지금까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출생 시 등록된 성(sex)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gender)이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늘어나면서 이 ‘남녀(Male/Female)’ 질문의 답변 방식부터 논쟁 대상이 됐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6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2011년 인구조사에서도 이 ‘남녀’ 질문을 하면서 “확실치 않으면, 여권이나 운전면허증과 같은 공식 신분증에 적힌 성(sex)을 적으라”고 안내했다. 영국에선 적절한 서류만 갖추면, 굳이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아도 여권·운전면허증의 성(性)을 출생 시 등록된 것과 다르게 할 수 있고, 나중에 다시 바꿀 수도 있다. 따라서 공식 신분증에 따른 남녀 통계는 출생 기록 상의 남녀 통계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2011년 센서스 때에는 이런 안내문을 온라인 센서스 질문에만 첨부했다. 영국인 대부분이 답한 종이 설문지엔 포함되지 않아, 이런 괴리가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센서스에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체 가구의 75%가 온라인으로 답변하게 된다. ‘남/녀’ 첫 질문부터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실제와 다른 왜곡이 초래될 수 있다. 영국엔 약 5000명의 성전환수술자가 있다. 하지만 전환 수술 없이, 자의적으로 다양한 ‘젠더’를 주장하는 트랜스들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대학가, 출생 기록상 여성이었던 젊은 층에서 트랜스 비율이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영국통계청은 ‘남/녀’에 대한 첫 질문 이후, “당신의 성(gender)은 출생 시 기록된 성(sex)와 같습니까?” “다음의 어떤 것이 당신의 성적 취향을 가장 잘 묘사합니까” 등으로 질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트랜스 인권주의자들은 ‘남/녀’질문부터 ‘공식 신분증’의 2분법적 답변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성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초 지난 1월 이안 다이아먼드 통계청장은 ‘공식 신분증의 성(性)’과 같은 안내문을 빼고, “법적인 성(legal sex)”만 따지겠다고 했다. 출생등록상의 성(性)과 출생기록까지 바꾼 트랜스 수술자의 성만 집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공식 신분증의 성을 참고하라’는 안내를 넣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여성 인권단체들은 이런 애매모호한 ‘성’ 구분은 오히려 여성에게 해롭다고 말한다. 사회 내 성(性)차별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우선 남녀에 대한 분명한 숫자(robust numbers)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