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번엔 '드론택시' 저격..월가의 '공매도 사냥꾼'

김정우 기자 2021. 2. 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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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떼의 습격'…하루 만에 60% 폭락

지난 2월 16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드론업체 '이항'이 때 아닌 '이리떼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울프팩리서치(Wolfpack Research)'의 공매도 리포트 때문입니다.

울프팩 홈페이지


리포트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이항과 계약을 맺은 중국 상하이 쿤샹(Kunxiang)이란 업체가 '유령 기업'이라는 것. 쉽게 말해, 이항의 실적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란 설명입니다. 울프팩리서치 조사 결과 상하이 내 쿤샹의 사무실 주소 3곳 가운데 한 곳은 호텔, 다른 한 곳은 평범한 건물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제조 공정 시설 미비'. 직접 공장을 찾아가 보니 경비원 한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생산 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단 겁니다. 울프팩리서치는 "우리 조사 과정에서 이항 근로자 가운데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경비원이란 사실이 밝혀졌다"며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 이항 공장

리포트가 공개된 뒤, 시장이 요동쳤습니다. 올해 들어 487% 급등한 이항 주가는 하룻밤 새 60% 넘게 폭락했습니다. 이후 이항은 반론을 펼쳤지만 제대로 된 해명은 없었고, 시장의 냉대를 받게 됐습니다.

● '스타벅스' 넘보던 '사슴커피' 파산보호 신청

울프팩리서치는 월가의 유명한 '공매도 사냥꾼 기업' 가운데 한 곳입니다. 미국에선 종종 '실적 없이 부풀려진' 기업에 대한 공매도 리포트가 나오면서, 특정 회사의 벌거벗은 몸을 시장에 공개하곤 합니다. 사자(Buy) 리포트가 대부분인 우리 주식시장에선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이렇게 '공매도 리포트'가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에게 더 잘 알려지게 된 건 '루이싱커피' 사태 때문일 겁니다.

한때, 중국판 스타벅스로 알려진 루이싱커피. 푸른 배경에 뿔이 멋지게 솟아있는 하얀 사슴 문양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루이싱커피는 나스닥 상장 후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20년을 맞이해 매장 수는 4천900개를 넘어서며 스타벅스를 추월했습니다. 중국 커피 시장에 신기원을 열 수 있단 평가를 받을 만했습니다. 그런데, '사슴커피'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공매도 투자업체 머디워터스(Muddy Waters)였습니다. 머디워터스의 회사명은 특이하게도 '손자병법'에서 나왔습니다. '혼탁한 물에서 고기를 잡는다'는 '혼수모어(混水摸魚)'에서 회사명을 따 왔습니다.

머디워터스 홈페이지
루이싱커피 로고


머디워터스는 현장 방문을 넘어 더 치밀한 방법을 썼습니다. 1천500명을 대규모 고용해 980여 곳의 루이싱커피 매장이 투입시켰습니다. 직접 매출을 확인해보려 한 겁니다. 이들은 몰래카메라를 동원하고, 영수증까지 확보해 일매출 등을 일일이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매출을 최소 50% 부풀렸단 내용의 공매로 리포트를 내놓았습니다. 결국, 루이싱커피는 '상장 폐지' 됐습니다.

수소트럭 제조업체 니콜라도 월가의 '공매도 사냥꾼'들의 눈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9월,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는 니콜라가 공개한 1천 마력짜리 수소전기자동차 '니콜라 원 동영상'은 껍데기만 있는 자동차를 경사진 언덕길 위로 끌고 간 뒤 밀어서 굴린 영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니콜라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 무조건 성공? 테슬라에 '완패'

공매도 사냥꾼 기업들의 최종 목표는 아마도 돈일 겁니다. 그렇다면, 공매도 리포트를 통해 돈 벌기가 쉬운 일일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은 지난해에만 41조 원가량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게임스톱' 반공매도 운동도 공매도 세력에 큰 손실을 입혔습니다. 헤지펀드들은 무려 15조 원의 손해를 봤고, 이 과정에서 '시트론 리서치' 대표는 "다시는 공매도 리포트를 발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공매도 리포트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한 기업을 살리기도 또는 죽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공매도 사냥꾼 기업'을 정의감에 불타는 로빈후드로 봐야 할지 아니면 탐욕스러운 금융 자본의 또 다른 얼굴로 봐야 할지 논란이 분분합니다.

김정우 기자fact8@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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