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가정내 아동학대 무방비..5년간 160명 숨져

류난영 2021. 2. 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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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5년간 아동 160명 학대로 목숨 잃어
사망한 아동 중 45%가 만 1세 미만 영아
사망한 아동 87%가 친부모에게 학대 당해
"아동학대 인식 개선과 사회감시망 강화 필요"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 2020년 2월 생후 8개월 무렵 입양된 정인이는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492일, 입양 254일 만에 병원에서 사망했다. 병원, 어린이집 등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접수됐지만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내사종결했다. 정인이는 사망하는 날까지 온몸에 멍 자국이 들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양부모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

#10살 A양은 이모 부부로부터 욕조 물에 강제로 머리를 박는 '물고문' 학대를 받아 목숨을 거뒀다. 이모 부부는 A양의 양손과 양발을 결박해 욕조에 엎드리게 한 후 숫자를 세가며 고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양이 말을 듣지 않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A양의 얼굴 등 전신을 폭행했다.

지난해 10월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참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아직도 수많은 아동들이 부모나 친인척 등으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다. 욕조에 머리 박기, 목에 개 목줄 매고 침대에 묶기, 여행용 가방에 가두고 드라이기로 고문 등 수법도 점점 잔인해 지고 있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의 대부분은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또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어려울 수록 아동학대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족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학대 위험에 노출된 아동들도 더욱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42명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아동 160명이 폭행과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 된 아동학대 사례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여서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한 아동 절반 가량은 만 1세 미만의 영아다. 2019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 42명 중 만 1세미만은 19명으로 전체의 45.2%를 차지했다. 첫 돌도 지나지 않아 잔혹한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사망한 아동의 대부분은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점에서 더 참담하다. 사망한 아동과 가해자와의 관계 확인이 가능한 사례 53건 중 친모가 26건으로 전체의 49.1%로 절반에 달했고 친부도 20건으로 37.7%로 집계되는 등 친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우가 86.8%나 됐다. 계부는 2건, 양부와 양모는 각각 1건씩이다.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을 앞두고 입양부모의 살인죄 및 법정 최고형 선고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2.17. bjko@newsis.com

특히 학대 가해자의 직업이 무직인 경우가 26.4%, 단순노무직종사자 11.3%, 주부 11.3% 등으로 나타나 경제적 어려움이 아동학대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동보호전문기간에 아동학대로 신고된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2007년 5581건에 불과했던 아동학대 사례는 2015년 1만1715건, 2016년 1만8700건, 2017년 2만2367건, 2018년 2만4504건으로 늘었다. 특히 2019년에는 전년보다 22%나 늘어 3만45건으로 3만명을 돌파했다.

경찰에 신고된 아동학대 수도 2017년 1만2621건, 2018년 1만2855건, 2019년 1만4485건, 2020년 1만4676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정인이 사건'이 보도된 후 급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인이 사건이 보도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2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595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4364건)보다 36.5% 증가했다.

아동학대 신고는 서울 지역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아동학대 신고는 107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5%나 늘었다. '정인이 사건' 등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동학대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부모로부터 이루어 졌다. 친부, 친모 등 부모로부터 학대 받은 사례는 2만2700건으로 전체의 75.6%에 달했고, 친인척 1332건으로 4.4%, 초중고 직원 등 대리양육자가 4986건으로 16.6% 였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입양부 A씨가 들어가고 있다. 2021.02.17. bjko@newsis.com

반면 학대를 당한 아동을 학대자로부터 분리해 친척이나 시설 등에 보호하는 경우는 10%수준에 불과했다. 많은 아동들이 학대를 당하고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상습적으로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것을 뜻하는 '재학대 사례'가 3만45건에 달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아동학대 조치 사항을 보면 원가정 보호가 지속된 경우가 2만5206건으로 83.9%를 차지 하는 등 대부분이었고, 분리조치 된 경우는 3669건으로 12.2%였다. 아동학대로 원가정에서 분리보호 된 후 원래 가정으로 복귀된 경우는 989건으로 3.3%로 나타났다.

정부는 잇따른 아동학대 피해를 막기위해 아동이 1년에 2회 이상 학대로 신고되는 경우 아이를 부모 등과 즉시 분리하기로 했다. 또 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71개에서 81개로 늘리고, 학대피해 아동쉼터도 86개로 증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시설의 수용 가능 인원은 고작 600명이다. 학대 피해 아동이 3만45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밖에도 전국 모든 시군구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664명을 배치해 아동학대 대응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의 예방을 위해서는 아동학대 인식개선과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사회감시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삼광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녀의 체벌은 부모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로 여겨 아동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경우도 있는만큼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아동학대가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만큼 아동학대를 총괄해 관리할 수 있는 전문부서와 폭넓은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학대자가 학대에이르게 된 원인을 유형별로 구분해 이에 맞는 교육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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