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주 아들 죽인 부부 일주일 동안 돌아가며 때렸다

김정엽 기자 2021. 2. 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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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남편 A씨와 아들 사진./B씨 SNS 캡처

태어난 지 2주 된 둘째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전북 익산 20대 부부가 119에 신고하기 전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연락을 받고도 아이가 무사한 척 연기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아동보호 전문기관 전주사무소(이하 전주사무소)는 지난 9일 오후 숨진 아이의 아빠 A씨와 통화를 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자신의 첫째 딸을 수차례 때려 재판을 받았고, 이 일로 현재 딸은 전주사무소에서 보호하고 있다.

전주사무소 관계자는 이날 A씨와 통화에서 “아직 딸을 키울 만큼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보호 기간 연장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둘째 아들을 잘 키워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딸을 다시 데려갈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전달했다.

“둘째 아들에 대해서도 관리를 받아보자”는 제안에 A씨는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다만 A씨는 “첫째를 키워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둘째는 위탁기관에 맡기지 않고 직접 키우겠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A씨 부부는 전화를 끊고 몇 시간 뒤인 9일 오후 11시57분쯤 “아들이 숨을 쉬지 않는다”고 119에 신고했다. 신고 전엔 ‘멍 빨리 없애는 법’ ‘아동 학대’ 등을 검색했다. A씨 부부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척하며 출동한 구급대원을 속였다.

전주사무소와 연락할 당시에도 이미 아들의 상황은 좋지 않았을 것이란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전주사무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9일 A씨에게 전화하지 않고 직접 방문해 이야기를 나눴다면 둘째 아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익산 신생아 학대 사망 사건 피의자들이 18일 전북 전주시 전주덕진경찰서 유치장을 빠져나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첫째 딸을 학대한 A씨 부부는 수개월 동안 전주사무소에서 ‘부모가 되는 방법’을 교육받았다고 한다. 양육 기술 프로그램을 통해 학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등을 배웠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10여 차례 이상 교육과 심리 검사가 진행됐다. 전화상담은 수시로 이뤄졌다.

하지만 A씨 부부는 ‘부모가 되는 방법’을 잘 습득하지 못했다. A씨는 상담 기간 중 수시로 “딸을 돌려 보내달라. 안 보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폭력적인 언행을 했다고 한다. 전주사무소에서 이런 행동에 대해 경고를 하기도 했다. 전주사무소는 결국 지난달 말에 복지심의위원회를 열고 첫째 딸의 보호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8일 A씨 부부를 살인과 아동학대중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부부는 이달 초부터 7일 사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익산시 한 오피스텔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 오후 11시57분쯤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져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검시 과정에서 아이의 얼굴 등에서 멍 자국을 확인하고 이튿날인 지난 10일 오전 6시30분쯤 A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A씨 부부는 “아이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며 부인하다 결국 학대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지난 12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B씨가 아들이 숨지기 전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B씨 SNS 캡처

A씨 부부는 지난달 27일 익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들을 낳았다. 지난 1일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후 오피스텔에서 생활했다. 부부의 폭행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부터 지난 7일까지 A씨가 4차례, B씨가 3차례 아들을 때린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지난 8~9일 상태가 안 좋아진 아들을 방치했다고 한다. A씨는 지난 9일 자신의 휴대전화로 ‘아동학대’, ‘멍 빨리 없애는 법’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하기 9시간 전이었다. 경찰은 이때 이미 아이가 호흡곤란 등의 이상증세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가 충분히 이상 증세를 보인 시점에 병원 치료만 제대로 받았어도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이들은 아이가 사망할 것을 알았고, 아이를 방치했기 때문에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는 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고 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2월 자신의 딸을 수차례 때리는 등 학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A씨의 딸은 생후 3개월이었고 현재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하고 있다.

2018년에 혼인 신고를 한 A씨 부부는 무직 상태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아이가 사망하기 전 지자체에 출산장려금과 육아수당 등을 신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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