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품귀..삼성, 기회 잡나

양태훈 기자 2021. 2. 1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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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와 파트너십 놓고 투자 전략적 고심

(지디넷코리아=양태훈 기자)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해 들어 공급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각국 정부가 나서 공급난을 완화하도록 파운드리 업계를 설득하는 상황까지 맞이하고 있다. 세계 2위 파운드리 기업인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주요 고객사로부터 주문받은 물량이 이미 넘치는 가운데 다수의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완성차 업계, 생산 차질 곤혹

지난 4일 미국 완성차 업체 GM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미국 내 공장 3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한국 공장도 50% 감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드, 도요타, 혼다 등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 역시 이후 같은 이유로 감산에 돌입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반도체 품귀 현상에 따라 완성차 업체의 감산이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중이 높은 UMC(세계 4위)마저 여유 공간 부족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 현대차 공장. (사진=현대자동차)

미국과 독일, 일본 정부가 대만 정부를 통해 이들 기업에 증산을 요청하고 있지만, TSMC와 UMC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캐파 전환 및 증설 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완성차 업체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반도체 업체들과 직접 접촉하고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수익성이 좋아진 PC 반도체 위주로 생산이 몰리면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더욱이 NXP, 인피니언, ST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들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을 고려해 삼성전자 등 대만 외 파운드리 기업에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완성차 업체와의 '합종연횡 기회' 맞은 삼성

삼성전자는 그간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NXP 반도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비롯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르네사스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전통 강자들의 입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완성차 업체와의 합종연횡을 강화하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는 전기자율주행차에는 이전보다 방대한 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프로세서'가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삼성전자 평택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현재 초미세 공정 기술에서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TSMC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5나노미터(1나노미터=100억분의 1미터) 공정 기반의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을 시작했으며, 전기자율차용 5나노미터 프로세서의 연구·개발(R&D)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품귀현상을 보이는 반도체들은 주로 레거시(아날로그, MCU 등) 제품이지만, 시장의 전반적인 수급난으로 인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자율차용 고성능 프로세서에 대한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며 "삼성전자는 TSMC와 세계에서 유일하게 5나노미터 양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에 기반한 고성능 프로세서를 설계·제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관련 시장에서 NXP 등 전통의 강자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최근의 상황에서는 삼성전자가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본다"며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보는 만큼 여러 가지 전략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고심 깊은 삼성전자...관건은 전략

삼성전자는 반도체 품귀현상과 관련해 국내외 생산시설에 대한 신규 투자를 고심 중이다. 당장 가동 중인 파운드리 라인에서 완성차 업체로부터 위탁받은 반도체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문제는 투자 시기와 위치다. 단순 증설 투자라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고, 시장 접근성이 뛰어난 미국 오스틴 공장의 경우에는 최근 한파에 따른 전력 부족 사태로 가동을 멈추는 등의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모바일용 반도체 시장에까지 재고이슈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자료=한국자동차연구원)

이와 관련 퀄컴은 최근 열린 2020년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작년 4분기 들어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가 (반도체) 재고를 축적하기 시작했고, 오포·비보·샤오미도 파운드리 8·12인치 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재고수준을 높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계속되는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에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선제적으로 재고 비축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삼성전자가 기존 고객사 물량을 우선적으로 생산하는 동시에 소규모라도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NXP와 인피니언 등의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에서 한파로 인한 정전이 발생해 앞으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발 빠르게 투자를 결정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양태훈 기자(insight@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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