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라젠, 임원 8人 전원 사표.."회사 살려줄 새 대표 모십니다"

김윤수 기자 2021. 2. 1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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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상장폐지 갈림길…개선기간 1년
최대주주 바꿔 오너리스크 없애고 경영 쇄신해야
"상반기 내 경영권 넘기겠다…여러 기업 협의 중"
항암신약 후보 ‘펙사벡’ 성공 위해 전문가 영입

주상은 신라젠 대표이사(왼쪽)와 양태정 경영지배인(오른쪽). /조선DB(왼쪽)·본인 제공(오른쪽)

신라젠(215600)의 대표이사를 포함해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등기이사 8명 전원이 사임서를 냈거나 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라젠 대표이사는 취임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1월 30일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신라젠에 대해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다. 신라젠은 개선기간을 거친 뒤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신라젠은 올해 상반기 안에 새로운 최대주주를 찾고 대표직을 포함한 경영권을 모두 넘기겠다는 것이다.

19일 신라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문은상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취임한 주상은 대표와 경영 쇄신을 위해 지난달 선임된 양태정 경영지배인을 포함한 4명은 이날까지 사임서 제출을 마쳤고,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 1명 등 다른 4명은 다음주까지 제출을 완료할 예정이다. 제출된 사임서는 앞으로 새로운 최대주주에게 전달돼 수리된다. 최대주주가 현 임원진에게 경영을 계속 맡길 가능성도 남아있다.

신라젠은 오는 11월까지 최대주주를 현재 문은상 전 대표에서 신규 투자자로 교체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최대주주 교체를 통한 경영 쇄신 의무를 받았기 때문이다. 1년 안에 이행하지 못하면 올해 말 신라젠은 상장 폐지된다.

신라젠은 지난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후 이듬해 시가총액 2위에 오르며 국내 바이오 벤처의 성공 사례로 평가됐다. 하지만 2019년 항암 바이러스제 후보물질 ‘펙사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간암 치료 임상 3상에 실패한 후 상장 폐지의 위기에 몰렸다. 문은상 당시 대표가 임상 실패 소식을 미리 알고 공시 전에 주식을 불법 매도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되면서 회사도 주식 거래 정지 처분을 받았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이사(왼쪽)가 지난해 5월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기회를 얻은 신라젠은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 출신의 상법·자본시장 전문가 양태정 경영지배인을 필두로 신규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주식 처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 전 대표보다 높은 지분율의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매수할 투자자를 물색 중이다. 문 전 대표의 지분은 5.15%,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하면 7.38%다.

양 경영지배인은 이날 "현재 진행 중인 투자 유치 과정을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국내외 바이오 업계와 기타 업계의 기업과 기관 수 군데가 투자에 긍정적인 의향을 밝혔다"며 "개선기간 1년을 모두 채울 것 없이, 상반기 내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거래 재개 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

양 경영지배인은 신라젠에 합류한 동기에 대해 "신라젠 주주 대부분은 소액 주주인 만큼, 변호사로서 이들의 피해를 구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전체 주주 중 99.99%의 소액 주주가 전체 주식의 약 87%를 보유 중이다.

신규 투자금은 500억원 이상으로,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인 펙사벡의 임상에 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펙사벡은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로 암세포를 죽이는 차세대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현재 시판된 항암 바이러스제는 미국 기업 암젠의 제품 단 하나다. 양 경영지배인은 "새로운 신라젠은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넘어 항암 바이러스제라는 차세대 항암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차례 간암 치료제 임상에 실패한 탓에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신라젠은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과 손잡고 재도전 중인 신장암 치료제 임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연내 중간결과를 얻는 게 목표다.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와 펙사벡을 신장암 환자에게 병용 투여하면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리제네론은 셀트리온에 앞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출시한 기업이기도 하다.

양 경영지배인은 임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인재 영입을 준비 중이다. 유럽 시판 중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의약품) 엔브렐, 휴미라 등의 임상 성공을 이끈 바 있는 김철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무에게 임상 자문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김 전 전무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8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전임의, 국립암센터 특수암센터 종양내과 전문의로 일했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전무 겸 임상의학본부장을 지냈다.

다음 달 30일 주주총회에서 동의가 이뤄질 경우 김 전 전무는 사외이사로 신라젠에 합류하게 된다. 양 경영지배인은 "종양내과 전문가이자 임상 전문가인 그가 펙사벡의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신규 투자자에게 신라젠의 비전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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