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라젠, 임원 8人 전원 사표.."회사 살려줄 새 대표 모십니다"
신라젠, 상장폐지 갈림길…개선기간 1년
최대주주 바꿔 오너리스크 없애고 경영 쇄신해야
"상반기 내 경영권 넘기겠다…여러 기업 협의 중"
항암신약 후보 ‘펙사벡’ 성공 위해 전문가 영입
신라젠(215600)의 대표이사를 포함해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등기이사 8명 전원이 사임서를 냈거나 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라젠 대표이사는 취임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1월 30일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신라젠에 대해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다. 신라젠은 개선기간을 거친 뒤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신라젠은 올해 상반기 안에 새로운 최대주주를 찾고 대표직을 포함한 경영권을 모두 넘기겠다는 것이다.
19일 신라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문은상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취임한 주상은 대표와 경영 쇄신을 위해 지난달 선임된 양태정 경영지배인을 포함한 4명은 이날까지 사임서 제출을 마쳤고,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 1명 등 다른 4명은 다음주까지 제출을 완료할 예정이다. 제출된 사임서는 앞으로 새로운 최대주주에게 전달돼 수리된다. 최대주주가 현 임원진에게 경영을 계속 맡길 가능성도 남아있다.
신라젠은 오는 11월까지 최대주주를 현재 문은상 전 대표에서 신규 투자자로 교체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최대주주 교체를 통한 경영 쇄신 의무를 받았기 때문이다. 1년 안에 이행하지 못하면 올해 말 신라젠은 상장 폐지된다.
신라젠은 지난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후 이듬해 시가총액 2위에 오르며 국내 바이오 벤처의 성공 사례로 평가됐다. 하지만 2019년 항암 바이러스제 후보물질 ‘펙사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간암 치료 임상 3상에 실패한 후 상장 폐지의 위기에 몰렸다. 문은상 당시 대표가 임상 실패 소식을 미리 알고 공시 전에 주식을 불법 매도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되면서 회사도 주식 거래 정지 처분을 받았다.
마지막 기회를 얻은 신라젠은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 출신의 상법·자본시장 전문가 양태정 경영지배인을 필두로 신규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주식 처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 전 대표보다 높은 지분율의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매수할 투자자를 물색 중이다. 문 전 대표의 지분은 5.15%,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하면 7.38%다.
양 경영지배인은 이날 "현재 진행 중인 투자 유치 과정을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국내외 바이오 업계와 기타 업계의 기업과 기관 수 군데가 투자에 긍정적인 의향을 밝혔다"며 "개선기간 1년을 모두 채울 것 없이, 상반기 내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거래 재개 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
양 경영지배인은 신라젠에 합류한 동기에 대해 "신라젠 주주 대부분은 소액 주주인 만큼, 변호사로서 이들의 피해를 구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전체 주주 중 99.99%의 소액 주주가 전체 주식의 약 87%를 보유 중이다.
신규 투자금은 500억원 이상으로,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인 펙사벡의 임상에 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펙사벡은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로 암세포를 죽이는 차세대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현재 시판된 항암 바이러스제는 미국 기업 암젠의 제품 단 하나다. 양 경영지배인은 "새로운 신라젠은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넘어 항암 바이러스제라는 차세대 항암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차례 간암 치료제 임상에 실패한 탓에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신라젠은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과 손잡고 재도전 중인 신장암 치료제 임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연내 중간결과를 얻는 게 목표다.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와 펙사벡을 신장암 환자에게 병용 투여하면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리제네론은 셀트리온에 앞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출시한 기업이기도 하다.
양 경영지배인은 임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인재 영입을 준비 중이다. 유럽 시판 중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의약품) 엔브렐, 휴미라 등의 임상 성공을 이끈 바 있는 김철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무에게 임상 자문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김 전 전무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8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전임의, 국립암센터 특수암센터 종양내과 전문의로 일했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전무 겸 임상의학본부장을 지냈다.
다음 달 30일 주주총회에서 동의가 이뤄질 경우 김 전 전무는 사외이사로 신라젠에 합류하게 된다. 양 경영지배인은 "종양내과 전문가이자 임상 전문가인 그가 펙사벡의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신규 투자자에게 신라젠의 비전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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