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임성근 사표 반려, 정치적 고려 없었다"
"부주의한 답변, 큰 실망과 걱정 끼쳐 깊이 사과"
사퇴 요구 일축.. "앞으로도 헌법적 사명 다할 것"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 탄핵 심판을 앞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의를 반려한 것과 관련해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19일 밝혔다.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선 "국민과 법원 가족들에게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쳤다"면서 재차 사과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먼저 "우선 현직 법관이 탄핵 소추된 일에 대법원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고, 그 결과와 무관하게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을 당시 상황과 관련, 거짓 해명을 한 사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사과했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이달 초 자신이 임 부장판사에 대한 정치권의 탄핵 추진을 사표 수리 거부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3일 "탄핵 언급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 측은 다음날 곧바로 김 대법원장의 '탄핵' 언급이 담긴 녹취록 및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게시글에서 "저의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당 눈치를 보느라 임 부장판사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적극 반박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 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해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지금까지 여러 제도 개선을 위해 기울인 모든 노력의 궁극적 목표는 '독립된 법관'에 의한 '좋은 재판'"이라면서 "정치권과의 교감이나 부적절한 정치적 고려를 하여 사법의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개혁 완성을 위해 저에게 부여된 헌법적 사명을 다하겠다”면서 최근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 사태와 관련,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 4일 짤막한 사과문을 내놓은 지 15일 만이다. 당시 임 부장판사가 '탄핵'을 언급하는 김 대법원장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하자, 김 대법원장은 몇 시간 뒤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답변한 데 대해 송구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하는 김 대법원장의 글 전문.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안녕하십니까. 대법원장입니다.
최근 우리 사법부를 둘러싼 여러 일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의 심려가 크실 줄 압니다.
우선 현직 법관이 탄핵소추된 일에 대법원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고 그 결과와 무관하게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편 그 과정에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린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저의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해당 법관의 사직 의사 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은 관련 법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여러 제도개선을 위해 기울인 모든 노력의 궁극적 목표는 ‘독립된 법관’에 의한 ‘좋은 재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법행정구조를 개편하고 대법원장이 보유한 여러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은 것 역시 그러한 권한이 재판의 독립에 영향을 미칠 추상적인 위험조차 허용되어서는 아니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해당 사안에 대하여 정치권과의 교감이나 부적절한 정치적 고려를 하여 사법의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법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좋은 재판’이라는 것이 대법원장 취임사에서 밝힌 저의 다짐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개혁의 완성을 위하여 저에게 부여된 헌법적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부와 재판 독립의 중요성 그리고 이를 수호하기 위하여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헌법적 책무의 엄중함을 다시금 되새기고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더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1. 2. 19.
대법원장 김명수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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