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웃는 사진 소름".. 이번엔 소방관 '학폭' 논란

김동욱 2021. 2. 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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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소방본부 내부 게시판에 '학폭 사과 요청' 글 올라와
게시자 "피해자 요청으로 대신 올려.. 사례 7가지 적시"
'가해자 지목' 소방관 "사실무근.. 되레 피해받고 있어"
전북소방본부 소속 한 소방공무원이 중학교 재학시절 학교폭력으로 급우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하는 내용 글. 전북소방본부 자유게시판 게시글 캡처
최근 연예·체육인들이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잇달아 제명 등이 이뤄진 가운데 이번에는 전북지역 한 소방공무원이 학폭 가해자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는 “시간이 지났다고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진정한 사과를 요구했고, 가해자로 지목된 소방공무원은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왜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펄쩍 뛰었다.

19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내부 자유게시판에는 ‘학교폭력 피해에 대한 사과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학폭 피해자의 요청으로 대신 올린다”고 전제한 뒤 피해자가 주장하는 학폭의 구체적인 사례 7가지를 적시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게시글을 통해 “피해자는 1993년 군산의 모 중학교 1학년 재학 당시 현재 군산지역 소방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가해자로부터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게시자는 “당시 가해자는 같은 반 학생이었던 피해자에게 학기 초부터 괴롭힘과 폭력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1년 내내 했다”며 “이를 멈춰 달라고 요청했으나, 오히려 괴롭힘의 수위를 높였다”고 밝혔다.

그는 가해 사례를 통해 “급우들이 보는 앞에서 슬리퍼에 침을 뱉어 뺨을 때려 자존감을 크게 떨어뜨리고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귀에 대고 고막이 터질 정도로 큰소리로 욕설하고 화장실 청소를 거부하면 주먹과 발로 가차 없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등하교 시 통학버스 등에서 갑자기 눈에 물파스를 발라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화장실로 불러내 얼굴을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때린 적도 있다”는 등 내용도 적시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는 글을 게시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이맘때 인터넷에서 우연히 접한 기사를 통해 학폭 가해자가 소방공무원이 된 소식을 접했다”며 “그가 가족과 함께 환하게 웃는 사진에 소름이 끼쳐 사과 요청 목적으로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책임을 면할 수 없기에 반성의 계기로 삼고 진정성 담긴 사과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된 소방관 A씨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과 다른 글을 게시해 되레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를 주장하는 이는 재학시절 짝꿍이었는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그의 어머니가 아들을 괴롭혔다며 학교에 쫓아와 심하게 맞은 기억이 있다”며 “이로 인해 담임 선생님이 모든 학생을 조사했고 폭력이 발생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또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지난 해부터 갑자기 학폭 가해자로 지목해 1년이 넘도록 괴롭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해했다.

A씨는 “급우의 가족은 학폭을 주장하며 20년이 넘도록 담임 선생님을 집요하게 괴롭혀 개명까지 고민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어느 날 그 불똥이 부부 소방관으로 공직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튀었다”며 “특히 당사자 주장 글이 최근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부문별 한 댓글과 신상털이로 온 가족이 피해를 받고 있어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사자 주장만 믿고 사실로 오인하게 될까 두려워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북소방본부 측은 현재 이 글을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공개돼 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지목한 직원의 근무지가 다른 데다 당사자가 학창 시절 학폭을 행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며 “해당 글이 사진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하면서 전체 소방공무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 점도 비공개 처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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