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이 호반그룹인데..대한극장, 왜 중견기업에 급매로 팔렸을까

유엄식 기자 2021. 2. 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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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충무로에 문을 열고 3대에 걸쳐 60년간 운영한 국내 영화관의 시초격인 '대한극장'의 주인이 바뀌 것과 관련해 업계 해석이 분분하다.

대형 업체와의 경쟁에 밀려 10년 넘게 적자를 기록해 운영사인 세기상사가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고,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이 더 악화된 게 표면적 이유다.

호반그룹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17년 이후 세기상사를 비롯해 오너 일가 친족이 운영하는 10여 개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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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대한극장 전경. /사진=카카오맵 캡쳐

1958년 충무로에 문을 열고 3대에 걸쳐 60년간 운영한 국내 영화관의 시초격인 '대한극장'의 주인이 바뀌 것과 관련해 업계 해석이 분분하다.

대형 업체와의 경쟁에 밀려 10년 넘게 적자를 기록해 운영사인 세기상사가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고,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이 더 악화된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시세보다 낮은 매각대금 등 처분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도 거론된다.
장부가격보다 낮게 팔린 대한극장…인근 주자창 부지 개발권도 포함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일 대한극장 운영사 세기상사의 최대주주인 국순기 이사와 모친인 김정희 대표는 보유 지분 43.6%(17만7712주)를 우양산업개발에 373억원에 양도했다.

우양산업개발은 부산 소재 중견 기업 우양수산의 자회사다. 경주 힐튼호텔과 우양미술관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2월에는 삼부토건이 운영하던 경주 밀레니엄파크와 라궁호텔을 인수했다.

경영난에 처했지만 대한극장의 자산 가치는 여전히 높다. 세기상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한극장 건물, 토지 등 자산 가치는 장부가액 기준 392억원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대 땅값 시세를 고려할 때 실제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다고 평가한다.

이번 거래로 대한극장 빌딩은 물론 인접한 약 1100㎡ 주차장 부지(100여대 수용 가능)에 대한 소유·운영권도 동시에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자 의지에 따라 추가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양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 매매계약이 완료되지 않아 구체적인 부지 활용 계획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투자 업계에선 우양산업개발이 기존에 운영 중인 호텔, 미술관 등 일부 사업을 세기상사로 이전해서 상장효과를 누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기상사는 지난해 8월 분기매출 5억 미만으로 상장 결격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업계에선 세기상사가 호반그룹이 아닌 다른 건설사와 계약한 점에 주목한다. 국순기 이사는 2018년 2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장녀인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부사장과 결혼해 양가는 사돈 관계다.
호반그룹 CI

8조원대 호반그룹 유일한 상장 계열사…매각으로 계열분리되나
호반그룹은 총자산 8조원대 대기업집단으로 30개가 넘는 계열사가 있지만 이 가운데 상장사는 양가 결혼으로 특수관계가 된 세기상사가 유일하다. 이에 양사간 매매계약은 어렵다는 게 호반 측의 설명이다. 계열사 내부거래 등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양가가 사돈을 맺은 2018년 2월 4일 호반그룹 계열사 호반베르디움은 세기상사 지분 4.91%를 매수했다. 이듬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전량 처분한 뒤 공정위에 계열 분리를 신청했지만 아직 공식 승인을 받지 못했다.

호반그룹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17년 이후 세기상사를 비롯해 오너 일가 친족이 운영하는 10여 개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일부 회사는 위장계열사란 의심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김상열 회장이 자녀들에게 회사를 승계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국 이사와 김 대표가 세기상사 경영에 손을 뗀 이유는 계열분리 추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매각 대금이 시세 대비 매우 낮은 급매 형태로 처분된 점에서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극장 부지는 입지 여건상 오피스텔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개발 카드가 많은데, 장부가액보다 낮게 판 것은 매도자가 가급적 빨리 처분하려는 의사가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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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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