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현장에 가보니~
국내 한 의류 제조업체는 투명 페트병을 활용해 티셔츠, 재킷 등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를 시작해 와이셔츠 등으로 품목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양질의 페트병 재생원료는 옷뿐만 아니라 신발, 의자, 가방 등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반면 재생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땅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바다에 버려진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어류를 인간이 섭취해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흡수된다는 이야기는 끔찍하기까지 하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는 방법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거나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법 외엔 없다.
환경 오염도 막고 고품질의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확보를 위해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전국 공동주택에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행된 공동주택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된 지 1개월이 지난 현장을 둘러봤다.
설 명절이 지난 후 쏟아져 나온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하는 우리 아파트의 모습을 지켜보니 제도가 정착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투명 페트병을 제대로 분리해서 배출하는 주민 비율이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아파트 커뮤니티에도 투명 페트병 수거함에 라벨을 떼지 않거나 다른 플라스틱을 혼합해 버린 주민의 자성을 요구하는 글도 올라왔지만 제대로 지키는 주민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동안 투명 페트병을 분리수거한다는 안내문과 재활용품 배출 요령을 충분히 홍보했어도 아직 ‘나 혼자쯤이야?’란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재활용 분리수거장에서 일하는 경비원께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에 주민 협조가 어느 정도 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드리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주민 협조도 미흡하지만 별도의 분리수거함을 만들어 투명 페트병을 분리수거해도 재활용 수거업체에서 다른 플라스틱과 섞어서 갖고 갑니다”라고 한다.
왜 그런가 싶어 한참을 기다려 재활용품 수거업체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분리해서 가져가려면 다른 차가 한 대 더 오거나 별도로 분리해 적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투명 페트병이 100% 분리배출되면 별도로 갖고 갈 수 있지만, 현재는 일반 플라스틱과 섞여 버리는 일이 잦아 오히려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분리하는 게 일손을 줄일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라고 한다.
투명 페트병만 별도로 갖고 갈 수 있도록 100% 투명 페트병만 버려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어렵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수거함 안에는 페트병 라벨을 제거하지 않은 페트병과 투명 페트병이 아닌 일반 플라스틱이 많이 섞여 있다. 주민들의 올바른 분리배출이 선행되어야 제도가 정착하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투명 페트병 분리를 위해서는 먼저 투명 페트병 안에 담긴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다음 라벨지를 제거하고 압축해 부피를 줄인다. 이때 뗀 라벨지는 비닐류로 배출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이물질이 혼입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뚜껑을 닫고 다른 플라스틱과 섞이지 않게 투명 페트병 수거함에 버리면 된다.
생수를 판매하는 마트에 가보니 라벨이 없는 생수는 극히 일부 제품에 불과하다. 그래도 대부분 생수가 라벨지를 쉽게 뗄 수 있도록 만들어져 나오니 다행이다.
지난 설에 귀성을 포기하고 설 선물을 택배로 주고받으면서 택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역시나 설 명절에 쏟아져 나온 재활용품 분리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택배 상자를 포장한 테이프를 제거하지 않고 버리거나, 선물 가방에 달린 종이류가 아닌 끈, 플라스틱을 분리수거해서 버리지 않은 상자가 많다.
아이스박스도 테이프를 제거해 배출하고, 아이스팩은 별도로 분리수거할 수 없으면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싱크대에 내용물을 버리면 미세플라스틱으로 해양이 오염되니 주의해야 한다. 요즘 지자체별로 별도의 아이스팩 분리수거함을 공동주택에 배치하니 재활용이 아주 쉽다.
이외에도 비닐봉지와 비닐류는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하게 모아서 배출하고 양파나 채소 등을 보관하는 양파망도 비닐류에 배출하면 된다. 상품을 포장했던 섬유류는 재활용이 되지 않으므로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배출해야 한다.
플라스틱은 재활용 분리수거 품목 중 가장 많은 배출량을 차지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음식 배달과 택배가 증가하면서 사용량이 몇 배로 늘어났다. 사용을 자제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분리수거라도 제대로 하는 게 지구를 살리는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우리 가족부터 실천에 나서기로 했다.
Copyright © 정책브리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