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 문구 솔깃하지만.. 꼼꼼히 봐야 하는 지역주택조합 분양

최상현 기자 2021. 2.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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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 무주택자 특별 공급, 마감 임박…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지역주택조합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는 광고 현수막이 무주택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이하 1주택자가 모여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 대상지의 토지를 확보해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지역주택조합 현황 파악에 나선 결과 서울시 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착공률은 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시도하는 경우는 많지만, 실제 착공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은 아직 전부 소유권이 확보되지 않은 남의 땅을 사들여 새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반 재건축·재개발 사업보다 걸림돌이 많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고양시 한 도로변에 ‘반값 아파트’를 강조한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최상현 기자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지역주택조합 현황 파악에 나섰다. 통계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서울시 내 지역주택조합은 총 100~120곳으로 파악됐다. 이 중 착공에 들어간 조합은 5곳 정도다.

지역주택조합은 일정 금액의 조합 가입비만 낸다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사업에 성공한다면 경쟁률이 극심한 주택 청약에 기대지 않고도 합리적인 가격에 신축 아파트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역주택조합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조만간 부지가 쉽게 확보가 될 것이라며 유명 시공사가 공사에 나설 계획이라는 점 등을 들어 수요자의 기대감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한모(36)씨는 "아무 아파트에나 건설사가 브랜드를 빌려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유명 시공사와 도급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점을 너무 크게 고려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예정 계약은 어디까지나 ‘만약 사업인가가 나오면 우선하여 도급 계약을 맺겠다’는 의미"라면서 "조합원 모집을 위해 브랜드를 빌려 쓰는 것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예비 수주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받아주는 것일 뿐, 사업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토지 확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도 잘 살펴야 한다.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의 경우 지역주택조합의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토지 확보가 93%에 그친 상황에서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주택조합이 부도를 맞는 아픔이 있었다.

지역주택조합은 토지의 95%를 확보해야 사업인가가 가능하다. 2%포인트를 더 맞추지 못한 셈이다. 통상 토지 확보가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알박기’ 등으로 매입 단가가 치솟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사업이 지연·무산되거나 조합원들이 과도한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상당수 지역주택조합이 부지 매입이 더뎌지며 파산했다"면서 "또 중도 탈퇴 시 조합 가입비 환불이 안 되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서 조합 가입비만 챙길 목적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5일 서울 북부지검은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한 업무 대행사 회장 등 11명을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2015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사업을 추진할 토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도 토지매입률을 부풀리고 사업 현황을 속여 피해자 125명에게 조합가입비 명목으로 6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은형 연구원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도 조합장 측은 월급 등 명목으로 운영비를 챙길 수 있어 손해를 볼 것이 없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 설립 요건을 강화하고 사업진행 요건은 완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꿔야 지역주택조합 문제로 피해를 보는 이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재건축·재개발과 마찬가지로 토지의 80%만 확보해도 사업인가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조합 가입비만 노리는 가짜 조합을 막기 위해 조합원 모집 요건을 토지 소유율 50%까지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작년 7월 이후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려면 15% 이상의 토지를 소유해야 하고, 조합원을 모집할 때는 토지 사용권을 50% 이상 확보해야 한다.

토지 사용권은 실제로 토지를 매입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해 아파트를 짓는 계획에 동의 해달라’는 일종의 가계약을 맺는 것으로 조합이 토지를 소유한 개념인 토지소유율과는 다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라는 제도 취지를 지키고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각종 제도를 손질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그래야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이들의 피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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