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김봉진 재산 절반 기부를 바라보는 자영업자의 시선
▽ 구체적인 기부대상국·단체 정해지지 않아
국내 1위 배달 앱(운영프로그램) ‘배달의민족’(배민)을 개발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의 '통 큰 기부'를 바라보는 자영업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김 의장의 결단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돈을 버는 데 도움을 준 자영업와 라이더 복지에 더 힘썼으면 한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기부 칭찬할만하지만…자영업자·라이더에게 써달라"
19일 국내 최대 규모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김 의장의 기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앱 수수료를 비롯한 배민 운영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하면서 라이더 복지를 챙겼으면 좋았을 것이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식당을 운영한다고 밝힌 A씨는 "(김 의장의 자산은) 피 같은 자영업자들의 광고비로 모은 자산"이라며 "이 돈을 배민 입점 사장님들에게 쓰면 오히려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영업자들이 힘든 시기"라며 "배민 플랫폼을 이용해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기부를 하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 B씨는 "김 의장이 자랑스럽게 기부한 금액은 시간에 쫓겨 밥도 못 먹고 노예처럼 일한 모든 사장, 조리사, 라이더 덕에 모인 것"이라며 "(자산을 형성하게 해 준 자영업자와 라이더를 위해) 수수료율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민 앱을 통해)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건 좋지만 오히려 '박리다매' 구조가 된다"며 "노동은 많고 수익은 적은 구조에 근접해진다"고 수수료 체계에 불만을 표했다. 이어 "기부는 칭찬받을만하지만 (자영업자나 라이더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부 대상 국가·재단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지난 18일 우아한형제들은 김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해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의 멤버가 됐다고 밝혔다. 더기빙플레지는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2010년 설립한 자선단체다. 가입 대상은 자산 10억달러(한화 1조원) 이상 보유자다. 기부 대상 국가와 재단 등은 김 의장이 추후 선택할 수 있다.
추후 변동될 가능성도 있지만 우선 김 의장 밝힌 기부 대상 분야는 교육·문화 분야다. 그는 더기빙플레지 서약서에서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부 금액 역시 김 의장의 자산 규모 변동에 따라 바뀔 예정이다. 배민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면서 받은 DH 주식 가치 등을 포함하면 김 의장의 자산은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이 기부를 약속한 금액이 '재산의 절반 이상'이란 점에서 기부금은 최소 5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더기빙플레지 219번째 기부이자 한국인 첫 가입자인 김 의장의 기부가 서명과 함께 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더기빙플레지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회원 간 약속과 선언 형태로 이뤄진다. 기부를 실천하는 시기도 김 의장이 선택하게 된다.
현재 더기빙플레지 멤버로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조지 루커스 영화 감독,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있다.
한편, 김 의장은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한 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사랑의열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등 국내 재단·협회 등에 총 100억310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이 중 사랑의 열매에 기부한 20억원은 '우아한라이더 살핌기금'이라는 명목으로 기부돼 생계가 어려운 배달기사의 생활과 치료비 지원에 쓰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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