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중장년에게 따뜻한 손길 내미는 또래의 이웃들
사랑의열매 50억 지원금 마련해 전국 20개 수행기관이 구호 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묵묵히 뒤를 따라서 걷다가 질문을 받으면 최소한으로만 대답한다. 개인주의의 나라 일본에 새롭게 등장한 일당 1만엔의 동행 서비스, ‘미스터 렌탈’의 일과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미스터 렌탈의 하루를 동행하며 신종 직업을 소개했다. 뉴스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고용주인 타카히로는 흔한 일본의 중년, 피고용인 쇼지는 20대 프리터족이다.
타카히로는 얼마 전 가까운 벗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 혼자서는 도저히 친구의 무덤을 찾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 그는 미스터 렌탈을 고용했다. 무덤까지 가는 길에 동행해주길 바랐다.
현재 앓고 있는 아픔(Weakness)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고 타카히로는 말했다. 고용주의 무덤덤한 고백을 듣고 있던 쇼지는 말했다. “그들(고용주)은 완벽히 밖에 있는(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그들은 그저 옆에 있어주기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을 원해요. 내가 받는 1만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가이죠.”
한국에서 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지 오래다. 행정안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906만3,362 가구로 4년 전에 비해 무려 161만 가구가 늘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2%로 3인 이상 가구를 앞질렀다.
중장년 세대 중에선 어느 연령대가 가장 사회적 고립에 취약할까.
50대와 70대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16년~2020년 6월 사이 발견된 무연고 사망자 9,734명 중 70세 이상(3,090명)과 50~59세(2,234명)이 절반이 넘는 55%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생존기간이 짧은 70대 비중이 높은 것은 수긍이 가지만 50대의 무연고 사망자가 많다는 점은 의외다. 지난 국가정책이 청년과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면서 50대 연령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결과로 풀이된다.
설민지 광명시립 하안종합사회복지관 나눔기획팀장은 “7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기초노령연금이나 노인일자리 지원사업 등 지원정책이 준비돼 있는 반면 50대 중장년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하안종합사회복지관은 중장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라이프키퍼’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라이프키퍼는 직접 방문이나 전화를 통해 사회적 고립에 처한 중장년에게 온기를 전한다. 방치된 중장년을 찾아 말동무가 되어주고 소통하는 이웃으로서 일상으로의 회복을 돕는 것으로 이웃 시민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미스터 렌탈’인 셈이다. 2020년에는 전국 13개 수행기관이 지원사업을 벌였는데 기관마다 ‘라이프키퍼’, ‘라인헬퍼’ 등 각기 다른 이름을 명명하고 있다.
수행기관이 속한 지자체의 거주자들로 구성된 지원단은 자원봉사자들이다. 사회적 고립 척도 조사 등이 포함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뒤 2인 1조로 현장에 투입된다.
전연주 하안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방문을 하더라도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마음의 빗장을 여는 분들이 계신다”며 “이웃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사회기부 단체인 사랑의열매의 예산지원으로 운영된다. 사랑의열매는 2020~2024년 4개년 간 총 50억원을 지원하는데 지난해 선도사업 기간을 마치고 올해부터는 본사업으로 지원규모를 확대했다. 올해 수행기관은 총 20곳. 사랑의열매는 중장년에 한정했던 사회적 고립가구 대상을 연령과 상관없이 고립가구 전반으로 범위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연두환 사랑의열매 언론홍보 부팀장은 “고독사의 사례는 일반적으로 독거노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30대, 40대, 50대에서도 발생한다”며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고립,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spooky@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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