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에게 살해된 '8살 무명 여아', 죽은 뒤에야 이름 생긴다

김소영 기자 2021. 2. 1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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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친모에게 살해돼 서류상 '무명(無名)'으로 남은 8살 여자아이가 죽은 뒤에야 이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4·여)에 의해 숨진 친딸 B양(8)의 출생신고가 진행 중이다.

A씨와 C씨는 10여 년 전부터 사실혼 관계를 맺고 2013년 B양을 낳았으나 A씨가 전 남편과 이혼을 하지 않아 서류상 문제로 B양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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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름 없이 친모에게 살해된 아이, 세상에 흔적이라도 남겨야"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친모에게 살해돼 서류상 '무명(無名)'으로 남은 8살 여자아이가 죽은 뒤에야 이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4·여)에 의해 숨진 친딸 B양(8)의 출생신고가 진행 중이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법적인 이름이 없던 A양은 사망진단서에도 '무명녀'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A씨에게 B양의 출생신고를 설득했다. 사망한 B양이 서류상 무명으로 남겨진 안타까운 상황에서 "흔적이라도 남겨야 한다"면서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직접 B양의 출생신고를 하려 했으나 어렵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주민등록법 제46조에 따르면 검사나 지자체장이 직접 출생신고를 할 경우는 신고 의무자인 부모가 아이가 태어난 후 1개월 이내에 신고를 하지 않아 '복리가 위태롭게 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검찰은 B양이 이미 숨진 탓에 '복리가 위태롭게 될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이에 B양의 친모인 A씨가 직접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지 가족관계등록법을 검토한 결과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B양은 A씨가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남 C씨(47·남)와의 사이에서 낳은 혼외자다. 가족관계등록법에는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A씨는 "B양에 대한 출생신고를 진행하자"는 검찰의 권유를 수락했고 구치소에서 출생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출생신고 업무를 대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정법원에 문의한 상태다. 또 관할 구청인 미추홀구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행정 절차를 추진 중이다. 검찰은 또 B양의 사례에 비춰 검사나 지자체가 직권으로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을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건의했다.

이날까지 행정기관에는 친모의 출생신고서가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지난달 검찰로부터 협조 요청이 와 법률적 검토는 검찰이 하고 행정적인 절차는 구에서 추진하기로 했다"며 "아이의 성을 어머니의 성으로 할지 전 남편의 성으로 할지 등은 결정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8살 딸을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40대 여성 A씨가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앞서 A씨는 지난달 8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B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이후 일주일간 집안에 B양을 방치하다가 지난달 15일 오후 3시37분쯤 "딸이 사망했다"며 119에 신고한 뒤 불을 질러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잠긴 문을 개방하고 들어간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A씨와 숨진 B양을 발견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사실혼 관계이자 B양의 친부인 C씨가 6개월 전 집을 나가자 배신감 등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B양을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13분쯤에는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C씨가 추락했다는 신고가 119로 접수됐다. 그는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C씨는 A씨가 B양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당일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동생 앞으로 "딸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A씨와 C씨는 10여 년 전부터 사실혼 관계를 맺고 2013년 B양을 낳았으나 A씨가 전 남편과 이혼을 하지 않아 서류상 문제로 B양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B양은 지난해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못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전화 1588-9191, 청소년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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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sykim11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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