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영결식 엄수(종합)

정성조 2021. 2. 1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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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백기완(1933∼2021)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엄수됐다.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 주관으로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발인식에는 한국 민중·민족·민주운동의 큰 어른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려는 조문객 수백명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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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상여·풍물패·거리굿·진혼무 등 전통 장례 방식
서울광장 1천명가량 운집.."시대의 어른, 안타깝다"
영결식장 향하는 백기완 선생 운구행렬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출발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운구행렬이 종로5가를 지나 영결식이 열릴 서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정성조 기자 = 고(故) 백기완(1933∼2021)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엄수됐다.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 주관으로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발인식에는 한국 민중·민족·민주운동의 큰 어른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려는 조문객 수백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노랫말 '남김없이'가 쓰인 리본과 백 소장이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글귀 '노동해방'이 적힌 머리띠를 달고 있었다. '노나메기 세상(너도 나도 일하고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 여섯 글자가 담긴 흰색 마스크도 나눠 썼다.

대학로 소나무길에서 열린 백기완 선생 노제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나무길에서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노제가 열리고 있다. mon@yna.co.kr

운구 행렬은 위패와 영정, 운구차, 검은 두루마기 차림의 백 소장을 형상화한 대형 한지 인형, 대나무 깃대에 달린 붉은 만장, 꽃상여, 수십 명의 풍물패를 앞세우고 통일문제연구소를 거쳐 노제 장소인 대학로 소나무길로 천천히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찾는 학림다방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9일 오전 고인이 생전에 매일 찾아 커피를 마시며 사색했던 서울 종로구 학림다방에 영정이 들어서 있다. seephoto@yna.co.kr

장례위는 고인이 평생 민족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던 만큼 전통 장례절차를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노제에서는 한국민족춤협회의 집단무가 펼쳐졌다.

상임장례위원장인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조사에서 "선생님은 평생을 이 땅의 노동자·민중의 일원으로 살았고, 백발의 노인이 된 뒤에도 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지로 살았다"고 했다.

시민들이 뒤따라 걸으면서 500명 넘게 불어난 행렬은 종로 거리를 지나 오전 10시 50분께 거리굿 장소인 보신각에 도착했다.

전날 밤 광주에서 왔다는 시민 김태훈(56)씨는 "시대의 어른이신 백기완 선생께선 우리나라의 많은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셨다"며 "(선생의 염원인)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백기완 선생 영결식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mon@yna.co.kr

영결식은 오전 11시 30분께 서울광장에서 엄수됐다. 무대를 중심으로 띄엄띄엄 의자가 배치됐다. 미리 광장에 나와있던 시민들이 더해져 추모객은 1천명가량으로 늘었다.

백 소장과 오랜 동지인 문정현 신부는 "앞서서 나아가셨으니 산 저희들이 따르겠다. 선생님을 다시 만나 뵐 그 날까지 선생님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투쟁현장에서는 늘 힘들고 지치기 마련인데 이제는 어느 누가 우리들에게 그렇게 큰 어른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라고 했다.

가수 정태춘씨의 추모곡 '92년 장마, 종로에서'와 민중가수들의 '민중의 노래' 합창, 시민 헌화를 끝으로 영결식은 종료됐다.

서울광장서 진행되는 고 백기완 선생 영결식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에서 백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 관계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seephoto@yna.co.kr

하관식은 이날 오후 2시께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진행된다. 장례위에는 노동·통일·종교·시민사회·학술 등 인사와 시민 6천104명과 562개 단체가 참여했다.

zero@yna.co.kr,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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