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핵합의 복원 위한 관여 준비 완료"..제재 복원 요구도 철회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21. 2. 1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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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이란이 핵합의(JCPOA) 준수 사항들을 복구하면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핵합의 복원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 방문 목적 이란 외교관의 미국 입국 금지를 해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기했던 이란에 대한 제재 복원 주장을 철회하는 등 유화 조치도 취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언한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으로 가기 위한 외교적 활동을 본격화 한 것이다. 미국과 이란이 여전히 상대방이 먼저 행동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협상 개시를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메시지를 낸 데 대한 이란의 반응이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 3개국(E3) 외교장관들은 이날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의 핵합의 위반 활동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핵합의 당사국인 이들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임의 사찰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데 대해 “외교적 기회가 새로 마련된 시기에 이 심각한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숙고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 농도 3.67%를 넘어 20%까지 높이겠다고 위협한 데 대해서도 이란이 주장하는 민수용이라고 볼 수 없으며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대로 이란이 JCPOA 약속에 대한 엄격한 준수로 복귀한다면 미국도 상응한 조치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이란과의 대화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공동성명은 밝혔다. ‘선 핵합의 준수, 후 제재 해제’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지만 이란과의 협상 의지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은 유화 조치도 단행했다. 미국은 유엔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이란 외교관의 미국 입국 금지를 해제할 예정이며, 유엔 안보리에 제기했던 이란 제재 복원 요구를 거둬들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취했던 조치들을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란은 핵개발 의혹 등과 관련해 재래식 무기 금수 제재를 유엔 안보리로부터 받고 있었지만 2015년 체결된 JCPOA에 따라 지난해 10월 무기 금수가 해제될 예정이었다. 2018년 JCPOA가 이란의 핵개발 완전히 봉쇄하지 못한다면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JCPOA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면서 제재가 해제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유엔 안보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국은 지난해 8월 JCPOA 규정상 이란에 대한 제재 복원 조항인 ‘스냅백’을 발동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15개 이사국 가운데 단 한 나라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미국의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E3와 유럽은 이란에 책임을 떠넘기고 궤변을 쏟아내는 대신 그들의 약속을 먼저 지켜야 한다”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적 테러라는 트럼프의 유산을 끝낼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조치들은 미국과 E3의 위반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그 결과가 두렵다면 원인을 먼저 제거하라. 우리는 행동에 행동으로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이 트럼프 행정부가 복원한 이란의 원유 수출 금지 및 미국 금융 네트워크로부터 이란 퇴출 등 제재들을 먼저 거둬들여야 한다는 요구를 반복한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핵합의 복원을 원한다면서 누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가를 두고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오는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국내 정치적으로 떠안을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강경 노선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가 원인을 제공하긴 했지만 이란이 핵합의 준수사항을 일부 위반한 상황에서 제재를 먼저 거둬들일 경우 국내적으로 비판과 반대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은 협상 테이블 마련이 관건이지만 신경전 끝에 미국, 이란 양측과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러시아 등 핵합의 당사국 사이의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난제가 산적해 있다. 미국과 유럽 3개국 외교장관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국제 테러리즘 지원,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 지원 등 기존 핵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들도 협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핵합의를 복원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란의 다른 위협적 행위들까지 규제해야 한다면서 요구사항을 늘린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이란의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려면 아주 힘든 과정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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