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시정명령 55건' 한솔페이퍼텍..그린벨트 제멋대로 사용

나현호 2021. 2. 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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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페이퍼텍 부지 내 개발제한구역 70% 넘어
개발제한구역에 신고·허가 없이 '불법 건축물'
건물 벽에 철골조 설치..주차장에는 폐기물

[앵커]

YTN은 전남 담양에 있는 제지 공장, 한솔페이퍼텍을 둘러싼 갖가지 불법과 탈법을 연속 보도해드렸는데요.

공장 내 위법 행위만 수십 건을 비롯해 국유지 무단 사용 등 문제가 한두 건이 아니었습니다.

취재 기자를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나현호 기자!

우선 한솔페이퍼텍이란 회사에서 최근 3년 사이에 50건도 넘는 위법 행위가 적발됐죠.

그런데 공장 부지 4분의 3이 그린벨트, 그러니까 개발제한 구역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솔페이퍼텍 공장은 광주와 가까이에 있는 전남 담양군 대전면에 있는데요.

공장 부지가 3만 2천여 ㎡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공업지역은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입니다.

개발제한구역이라고 해서 아예 건물이나 시설을 못 짓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한솔페이퍼텍은 개발 제한 구역에 신고나 허가 없이 불법 건축물을 지어서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YTN 취재진이 확보한 그림만 봐도 공장 건물 외벽에 마음대로 철골조로 된 공작물을 설치했고요.

주차장에는 폐기물을 쌓아놓고 있었습니다.

한솔페이퍼텍에서 본격적으로 위법 행위가 적발된 것은 지난 2018년부터인데요.

이 당시 점검을 통해 무려 26건에 달하는 위법 행위가 적발됐습니다.

적발된 불법 시설물을 보면, 건축물 15동과 형질변경 5필지가 확인됐고요.

물건을 마음대로 쌓아둔 게 5건, 불법 공작물도 1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2차와 3차 점검이 이뤄졌는데요.

모두 29건에 달하는 불법 시설물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시정명령을 그대로 이행한 건 11건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18건에 대해서는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해둔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한솔 페이퍼텍은 법이 개정돼 설치가 필수적이었거나 공장 가동에 꼭 필요한 시설을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위법 여부가 명확하지 않거나, 시정 명령을 따를 때 오히려 주변 환경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사항은 법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앵커]

문제가 된 공장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유지와 사유지를 무단으로 쓴 사실도 확인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솔페이퍼텍 공장 안에는 폭 4m 정도의 길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국유지였는데요.

한솔페이퍼텍은 얼마 전, 문제가 되기 전까지 철문을 만들어 걸어 잠그고 마치 자신들의 땅처럼 써 왔습니다.

주민들은 원래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던 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한솔페이퍼텍이 공장을 인수하기도 훨씬 전에 어느 날 공장에서 도로를 막아버렸다고 했습니다.

땅을 무단으로 사용한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공장 정문 옆 국유지도 무단으로 쓰다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원상복구 했습니다.

또 문중 땅에도 무단으로 건물을 지었습니다.

공장을 세울 때 낸 설계 도면에 공장 옆 도로가 6m로 돼 있는데요.

실제로 재보니 4m도 되지 않습니다.

하루 백 대 넘는 대형 화물차가 다니는 정문 앞 진입로도 땅 주인이 원상복구를 바라는 사유지입니다.

이에 대해 한솔페이퍼텍은 일부 사유지가 포함돼 있지만, 회사만을 위한 진입로가 아닌 '공용도로'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사유지 사용료를 주고 써왔지만,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원만하게 해결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한솔페이퍼텍 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가뭄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농업용수가 공급됐다고요?

[기자]

한솔페이퍼텍에서는 하루 8천 톤의 물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 농어촌공사와 계약을 맺고 물을 쓰고 있었습니다.

농어촌공사와 한솔페이퍼텍이 맺은 농업용수 사용 계약서를 확보했는데요.

'물을 공급하는 담양호의 매월 15일을 기준으로 평균 저수율의 60% 미만 시에는 용수 공급을 중단한다'고 돼 있습니다.

실제로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2017년에는 7월에 저수율이 20%대까지 떨어지는 등 평균 저수율이 37.7%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도 공장에 물이 공급됐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앞으로 계약이 끝나면 한솔페이퍼텍에 더는 물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대체 수원을 확보하라고 공문까지 보냈다고 밝혔는데요.

한솔페이퍼텍은 "한국농어촌공사와 1994년부터 3년 단위 계약을 맺어 물을 쓰고 있다며, 특별한 계약은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하루 8천 톤 사용계약을 했지만, 실제로는 하루 4천여 톤만 쓰고 있으며, 쓰는 물도 담양호에서 농업용수로 쓰고 방류된 하천수를 쓰고 있어서 농업용수 사용에 영향을 안 미친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불법 건축물과 시설이 50건 넘게 적발됐는데,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겁니까?

[기자]

주민들도 이 부분을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난 2018년 이후에만 모두 55건에 달하는 위법 행위가 공장에서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는 개발제한구역에 신고나 허가도 없이 건물을 짓거나 시설을 설치한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불법과 탈법이 한두 해에 걸쳐 이뤄진 게 아닌데, 그동안 군청에서 제대로 단속을 한 건지 주민들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최소한 군청에서 묵인이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겁니다.

주민들은 그동안 여러 민원을 냈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군청이 확인해 시정명령을 내린 55건 가운데 대부분이 주민들이나, 주민이 선임한 건축사가 적발해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전남 담양군은 예전에도 한솔페이퍼텍 공장에 대한 행정조치는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공장 이전을 위한 사전 절차 중에 협의가 잘 안 된 뒤로 민원이 집중적으로 제기됐고, 여러 단속을 시작하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한솔페이퍼텍 공장은 마을과 바로 이웃하고 있는데요.

주민들은 그동안 50건도 넘는 위법행위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군청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대처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국부에서 YTN 나현호[nhh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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