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엔터기업인데..빅히트·YG의 공모가 방식은 왜 달랐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어급 공모주'가 몰려들면서 공모가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종·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하는 공모가 산정방식을 두고 '고평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면서다.
업계에서는 공모가 관련 논란을 잠재우려면 발행기업과 주관사 사이 '갑을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관사가 시장의 평판보다 발행기업에 끌려다닌다면 가격 발견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가치 산정방식은 절대가치 평가와 상대가치 평가로 나뉜다.
보통 IPO(기업공개) 기업은 절대가치평가를 사용하면 기업가치를 자의적으로 책정할 수 있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가치 평가방법을 이용한다.
상대가치 평가는 △PER(주가이익비율) 비교 △PBR(주가순자산비율) 비교 △EV(기업가치)/EBITDA(상각전영업이익) △PSR(주가매출비율) 비교 등을 통해 이뤄진다. 사업 모델이 유사한 동종업계 기업의 평균 PER에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밴드를 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업종별로 평가 지표는 달라진다. 자기자본 등 자산가치가 부각되는 금융업종은 PBR을 쓰는 경우가 많다. 비현금성 비용이 많은 석유·화학·철강 등 장치산업은 EV/EBITDA를 선호한다.
현재 수익이 나지 않는 적자회사의 경우는 매출을 활용한 PSR 등이 사용된다. 특히 향후 신약개발이나 파이프라인 증설 등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큰 바이오기업은 EV/세일즈(매출), EV/파이프라인, EV/CAPA(생산능력)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EV/CAPA와 EV/파이프라인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출한 기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다.
2016년 상장 당시 주관사는 EV/CAPA와 EV/매출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를 산출, 총 기업가치를 10조5676억원으로 추정했다. 현재 시가총액이 약 52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4년여 만에 5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공모주 대어'로 꼽혔던 SK바이오팜도 EV/파이프라인 지표를 사용해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SK바이오팜은 만년 적자회사였지만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등 자체 개발 신약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이를 통해 주관사는 기업가치를 4조7600억원으로 추정했다. SK바이오팜의 현재 시총은 11조원을 넘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EV/CAPA를 활용해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드물긴 하나, 여타 바이오기업의 선례가 없지는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업종별 평가지표가 절대적이지는 않다. 주관사 판단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지난해 고평가 논란이 일었던 빅히트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EV/EBITDA를 활용해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주관사 측은 "콘텐츠 및 인프라 투자와 관련한 각종 상각비 처리 등 차이에 의한 효과를 배제하고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종업체 중 하나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2011년 상장 당시 "적정 지표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EV/EBITDA를 배제하고 PER을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빅히트가 용산 신사옥 임차 계약 부담을 덜기 위해 '묘수'를 사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빅히트는 지난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임직원 수용을 위해 연 임대료만 180억원으로 추정되는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빅히트의 지난해 상반기 사용권자산감가상각비는 62억원으로, 전년(18억원)의 3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EV/EBITDA를 사용하면서 이를 포함한 감가상각비는 모두 이익으로 반영됐다.
평가를 위해 반영되는 실적 기간이 달라질 때도 있다.
2016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자동차 내외장재 제조사 프라코는 2016년 반기 실적이 아닌 전년(2015년) 온기 실적을 반영해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주관사 측은 "자동창 업종 특성상 재무실적의 계절성이 존재해 일반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 매출 및 이익이 높게 나타난다"며 "2016년 반기 연환산 기준 PER 방식은 주당 평가가액 산출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교기업 가운데 일부는 2016년 반기 실적이 전년 온기 실적을 뛰어넘어 주관사 측 설명이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업체는 당시 수요예측 참여 저조로 인해 상장을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주관사보다 발행기업을 '갑'으로 만드는 환경이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주관사들의 질적인 평판보다 양적인 실적 중심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수수료 경쟁을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대어급 딜'을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 주관사들은 적정 공모가를 찾기보다 발행기업의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관사가 정보발견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때 평판 리스크가 강하다면 적정한 가격 책정을 위해 힘쓰게 될 것"이라며 "아직은 국내 시장에서 코스피에 진출하는 대기업의 경우 발행기업의 입김이 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평판시장은 주관회사로 하여금 공모가의 적정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주관회사의 역할, 공모주의 장기성과 향상 등에 필요한서비스를 향상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주관회사에 대한 질적 평가기준과 이를 주기적으로 시장에 알릴 수 있는 채널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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