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文정부 잇단 軍 경계 실패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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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성인 남성은 병역의 의무를 진다.
군에는 '작전(作戰)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警戒)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작은 사고에도 지휘관을 과도하게 징계하는 잘못된 관행, 책임을 회피하는 지휘관들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 대적관(對敵觀)을 강조하지 않는 최고지도부, 그로 인해 약해진 장병의 복무 태세가 상호작용하며 반복된 경계 실패를 낳고 있다.
현 상황의 심각성은, 군의 경계태세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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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대한민국 성인 남성은 병역의 의무를 진다. 힘든 복무 기간은 평생의 이야깃거리이고, 군(軍)에 대한 애증의 원인이기도 하다. 비록 시각은 달라도 모든 국민은 군이 강군(强軍)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국가재정 상황이 나빠도 52조8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방비를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지금 군은 가장 기본적인 업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경계망이 또 뚫렸다. 잠수복을 갖춰 입은 민간인이 동해를 헤엄쳐 넘어왔고,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해 자유의 땅으로 귀순했다고 한다. 아직 석연찮은 부분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 과정에서 군은 군사분계선 이남 일반전초(GOP)가 뚫렸고, 민간인 통제선까지 8㎞ 가까이 무방비 상태였다. 엄동설한 살을 에는 바다를 가르고 건너온 특수부대급 초인이어서 검거하지 못한 건 아니다. GOP 인근 CCTV 장비에 몇 차례 감지됐고 민통선 검문소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왔다고 한다. 차라리 안 잡았다고 하는 게 나을 정도다.
문제는, 최근 들어 경계 실패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2019년 6월에는 삼척항 ‘정박 귀순’이 있었고, 이듬해 11월에는 군사분계선을 담 넘듯 통과한 ‘철책 귀순’도 있었다. 이번엔 ‘오리발 귀순’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지난해 그 부대에서 또 터졌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군에는 ‘작전(作戰)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警戒)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경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자꾸만 반복된다. 관측장비 탓을 해 보려고 들여다보니 장비는 잘 작동했다. CCTV에 나타난 귀순자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인재(人災)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지휘관과 장병의 자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양질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정예 장교 지휘관들과 고졸 이상, 심지어 대졸까지도 포함된 고학력 장병들이다. 지휘역량이나 이행역량은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지휘 노력과 경계 의지가 약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장교들의 지휘 노력과 장병들의 경계 의지를 약하게 했는가.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다. 작은 사고에도 지휘관을 과도하게 징계하는 잘못된 관행, 책임을 회피하는 지휘관들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 대적관(對敵觀)을 강조하지 않는 최고지도부, 그로 인해 약해진 장병의 복무 태세가 상호작용하며 반복된 경계 실패를 낳고 있다.
현 상황의 심각성은, 군의 경계태세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데 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장병 정훈교육의 내용이 달라졌다고 한다. 연초에 발간된 국방백서는 적(敵) 개념에서 북한이라는 주체를 지웠다. 전 세계의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모양새다. 그러니 눈앞의 위협에 대한 경계의 집중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경계 실패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장비가 훌륭해도 사람을 능가하지 못한다. 베트남전의 교훈이다. 최신장비를 갖췄던 남베트남은 소총으로 무장한 북베트남 게릴라를 버텨내지 못했다. 경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제대로 된 경계병만 못하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있는 장비도 제대로 못 쓰고 있다. 군 통수계통은 핑계만 대며 상황을 모면하려 해선 안 된다. 한두 번은 실수라 해도, 세 번째는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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