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이로운 정치인' 이재명
이신우 논설고문
대선 1년 앞 지지율 압도적 1위
자본가 재능에 사회주의자 면모
무상·기본 시리즈 감각도 탁월
반대 세력 굴복시킬 땐 무자비
조세硏 비판에 분서갱유 우려
공짜 유혹 어디까지 갈지 관심
세상에서 자본가로 성공하려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반면 사회주의자로 성공하려면 사람들을 협박하는 데 능숙해야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두 가지 모두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물론 첫 번째 명제는 자본가가 자기 자본을 투자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소비자 효용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본래의 뜻이다. 자본가와 이재명 간에 차이가 있다면, 이 지사는 자기 자본이 아닌 남의 돈, 즉 재정을 흩뿌려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준다는 점뿐이다.
우선, 자본가적 재능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이 지사는 현재 전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의 제2차 ‘재난기본소득’을 살포 중이다. 거액 자산가나 공무원, 대기업 임원까지 대상자가 누구든 소득수준을 따지지 않는다. 지금 일자리가 있는지 여부도 따지지 않는다. 그저 무차별 퍼주기와 다를 바 없다. 이 지사는 지난해 3월에도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씩 나눠준 바 있다. 1, 2차 총액만 2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 지사의 현금 봉투는 이뿐 아니다. 1인당 연 100만 원씩 지급하는 ‘청년 기본소득’을 비롯해 ‘무상 산후조리원’ ‘중학생 무상 교복’ ‘만 18세 청년의 국민연금 첫 달 치 보험료’ ‘청소년 버스 요금 지원’도 있다. 이 지사는 심지어 국민 모두에게 1000만 원씩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자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도가 마련한 1, 2차 재난지원금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편할 수만은 없다. 그 주요 재원은 지역개발기금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차입한 돈이다. 언젠가는 상환해야 할 경기도민의 빚인 것이다. 경기도 측에서는 이 돈을 앞으로 14년에 걸쳐 나눠 갚겠다고 한다. 이러니 나랏돈으로 생색내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만하다. 물론 이 지사는 개의치 않는다. 나라의 부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내의 나랏빚은 민간의 자산” 아니냐는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회계상으로 자산은 자본과 부채로 구성된다. 그래서 전체의 일부는 전체와 같다는 논리로 국민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 놀라운 말장난 덕분인지 이 지사는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때마다 1위를 달린다.
그럼 사회주의자로서의 면모는 어떤가. 앞서 말했듯 사회주의자는 협박에 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지사는 탁월하다. 지난해 3월, 1차 재난기본소득을 나눠줄 때였다. 이 소식을 접한 부천시장이 “87만 부천 시민에게 (10만 원씩) 870억 원을 주기보다 소상공인 2만여 곳에 주는 것이 낫다”고 하자 이 지사는 곧바로 “부천 시민은 빼고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놀란 부천시장이 두 손을 드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가 지역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도 이 지사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일갈했다. 이 말을 접한 많은 사람은 미래 사회에 벌어질 ‘분서갱유’를 상상했을 정도다.
지난 2018년 7월, SBS TV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 그 후 1년’을 방영했다. 당시 프로그램은 이 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의 조폭 유착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지켜보겠다”고 했고, 그와 동시에 SBS의 경영진 여러 명과 접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얼마 후 담당 PD는 시사프로에서 자리를 옮겼다. OCN 개국 이래 처음으로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종영 4회를 앞두고 갑자기 메인 작가인 여지나 씨를 교체했을 때도 소문이 무성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중진시(市) 신명휘 시장이나 무대의 장면·소품들이 성남시와 이 지사를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나서 벌어진 사건 전개 때문이었다. 드라마 속 중진시장도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군주정에는 한 명의 ‘네로’만 등장한다. 그러나 대중민주주의 정체에서는 민중에 아첨하는 선동가(포퓰리스트)만큼이나 많은 수의 네로가 등장한다. 물론 이 지사가 네로가 되리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공돈의 유혹 앞에서 날로 타락해가는 유권자의 모습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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