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쿠팡 美증시 상장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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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소버린이라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한국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계열사 분식회계와 총수 구속 등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SK㈜ 주식 14.99%를 쓸어 담으면서 단숨에 SK그룹 대주주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주 행동주의로 한국의 낙후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등장한 소버린의 말과 행동은 달랐다.
소버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쿠팡이 미국 시장이 아닌 국내 주식시장 문을 두드렸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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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산업부 차장
2003년 4월, 소버린이라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한국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계열사 분식회계와 총수 구속 등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SK㈜ 주식 14.99%를 쓸어 담으면서 단숨에 SK그룹 대주주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주 행동주의로 한국의 낙후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등장한 소버린의 말과 행동은 달랐다. 1768억 원에 사들인 지분을 쪼개 5개 자회사에 나누는 전형적인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30조 원이 넘는 기업의 경영권을 뺏으려 했다. 장기투자를 약속했던 소버린은 2005년 돌연 SK㈜ 투자목적을 ‘경영참가’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한 뒤, 8000억∼1조 원가량의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긴 뒤 유유히 한국을 떠났다. 소버린이 떠난 한국 시장에서는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의견과 투기자본에 국내 자본시장이 놀아났다는 지적이 엇갈리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20년 가까이 지난 사건을 새삼 끄집어내는 것은 최근 재계 화제인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논란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쿠팡 미국 직상장의 한 배경으로 ‘차등의결권’을 꼽는다. 차등의결권은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같은 위협으로부터 기업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한 대표적인 방어 수단으로, 미국과 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1주 1의결권’이라는 상법 규정에 따라 이 제도가 허용되지 않는다.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고, 기업 총수 일가의 전횡에 악용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논리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만일, 국내 시장에 차등의결권제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소버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쿠팡이 미국 시장이 아닌 국내 주식시장 문을 두드렸을 수 있었을 것이다.
차등의결권 도입을 반대해 왔던 시민단체들은 쿠팡의 ‘미국행’과 차등의결권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쿠팡의 미국행이 전적으로 차등의결권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더 많은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을 선택한 이유가 더 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양국 사이의 제도적 환경 차이가 선택의 주요 판단 요인이 됐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구글과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차등의결권을 통해 안정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위협 없이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싶은 것은 모든 기업의 바람이다. 외부인의 투자가 필수적인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이런 환경은 더욱 절실하다. 기업에 우호적 환경을 제공하는 시장을 찾아 떠나는 쿠팡 선택을 탓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인 취급하며 기업 규제를 뽑아내는 현 정권의 편향된 경제철학이 문제다. 여당이 180석 가까운 힘으로 밀어붙인 이른바 ‘3% 룰’(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과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의 제도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나라 기업 경영 환경이 여타 선진국의 경제제도와 비교해 규제가 덜한 좋은 환경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재계가 청와대·여당 권력가들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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