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 자사주 1000억원 '아깝지 않은' 이유 있다

이주현 기자 2021. 2. 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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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고민 "탈팡 차단 성공하면 남는 장사"..입사자 2만여명 중 절반 퇴사
근속 기간에 따라 주식 수령 비율 달리하는 '안전장치' 마련
국내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추진을 공식화 하면서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장작업 후 쿠팡의 기업가치는 55조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15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2021.2.15/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김범석 의장은 1000억원 아깝지 않았을까?"

쿠팡이 현장 근로자들에게 1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무상 부여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약 1조원. 1000억원은 예상 확보 자금 10%에 달하는 거액이다.

당초 업계에선 쿠팡이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4조원대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줄이고 신규 물류센터 설립 등에 투자할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자사주 1000억원 지급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김 의장의 '노림수'가 통한다면 1000억원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자사주 1000억원 '당근' 꺼낸 또다른 이유 '이직률' 19일 쿠팡에 따르면 자사주 지급 대상은 쿠팡 및 자회사에 재직 중인 쿠팡 친구(쿠팡맨), 물류센터 상시직 직원, 레벨 1~3의 직원들로 정규직과 계약직 모두가 해당한다. 특히 일용직 근로자가 상시직으로 전환하면 역시 자사주 지급대상에 포함된다.

이를 감안하면 자사주 지급대상은 3~4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정규직 전환은 3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자사주 지급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1년 근무시 50%, 2년 근무시 100%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식만 받고 회사를 떠나는 이른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김 의장이 자사주 카드를 꺼낸 것은 쿠팡 성장에 밑거름이 된 물류 현장 직원들에 대한 보상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탈팡'(쿠팡을 탈출한다는 뜻의 은어)을 줄이겠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무시하기 어렵다.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쿠팡의 직원 수는 2만1119명으로 1년 전보다 133.8%(1만2087명) 늘었다. 연간 2만명이 넘는 인력이 채용됐지만 1만명이 넘는(1만484명)이 퇴사했다. 지난해 쿠팡에 새로 입사한 근로자(2만1356명) 절반이 쿠팡을 떠난 것이다. 사업 초기였던 2011년 쿠팡의 평균 이직률은 2% 수준이었지만 사업이 성장하며 퇴사율도 함께 높아졌다.

특히 물류센터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인해 매일 아침 관광버스로 인력을 실어나르는 실정이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주식 무상부여로 상시직 전환을 유도하는 것은 직고용과 상시직을 통해 근로자에게 안정적인 근로조건을 제공한다는 쿠팡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맨 © 뉴스1

◇ 이직률 낮아지면 1000억원 이상 효과 '남는 장사' 관련 업계에서는 자사주 배분으로 이직률을 낮출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쇼핑과 음식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물류업계의 인력난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쿠팡의 최고 경쟁력인 로켓배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물류의 경우 업무 숙련도에 따라 생산성이 크게 달라진다. 제품 분류는 물론 현장 배송까지 전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직률과 퇴사율을 낮춘다면 업무 숙련자 비중이 높아지게 되고 물량 증가에도 좀더 탄력적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쿠팡은 과거에도 직고용, 주5일 52시간 근무, 연간 15일에 달하는 연차 사용, 안정적인 연봉 지급 등의 조건을 앞세워 쿠팡맨 채용과 처우 개선에 힘써왔다.

2014년부터 직고용을 시작했고 2015년부터 분류업무 전담인력을 별도로 투입하고 있다. 현재 4400명의 전담인력이 배송기사들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2016년에는 주5일 근무를, 2018년부터는 주52시간 근무를 도입했다. 2020년부터 원격건강상담서비스, 200억원 규모의 복지기금 마련, 어린이집 개원 등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의 함정도 존재했다. 일반적으로 택배기사들은 배송실적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다. 택배기사의 과로사 발생하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당장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방식이다. 반면 쿠팡맨의 경우 안정적이고 과로 위험은 낮지만 일반 택배기사보다 전체 수입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쿠팡맨으로 일정 수준 경력을 쌓은 뒤 일반 택배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이번 자사주 지급으로 이직률을 낮추는데 성공한다면 1000억원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 효과까지 감안하면 자사주 1000억원 카드는 영리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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