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 확인된 민심, 정부 결단만 남았다

오미란 기자 2021. 2. 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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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 반대 소폭 우세..사업 예정지 주민은 찬성
고민 깊어지는 국토부..찬반단체는 사실상 불복 입장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제주국제공항 혼잡 문제를 조기에 해소하고, 증가하는 항공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사업비 4조8734억원을 투입,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3200m급 활주로와 유도로, 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News1 DB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국책사업인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제주도민의 민심이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정부의 최종 결단만 남게 됐다.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요청으로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간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에 위탁해 실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전날 오후 8시 동시 발표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대(한국갤럽 47.0%·엠브레인퍼블릭 51.1%)가 찬성(한국갤럽 44.1%·엠브레인퍼블릭 43.8%)을 오차범위 안팎에서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업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을 대상으로 한 별도 여론조사 결과의 경우 찬성(한국갤럽 64.9%·엠브레인퍼블릭 65.6%)이 반대(한국갤럽 31.4%·엠브레인퍼블릭 33.0%) 보다 무려 2배 높게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는 제주도·제주도의회·전문가로 구성된 '여론조사 공정관리 공동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빠르면 다음주 초 원희룡 제주도지사 명의로 국토교통부에 제출된다.

이제 정부의 결단만 남았다.

◇국토부 고민 깊어질 듯…협의기관인 환경부도 촉각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1.2.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현재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고시에 앞서 지난해 8월부터 협의기관인 환경부와 함께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고 있다. 국토부는 2019년 10월 본안을 제출한 뒤 환경부로부터 세 차례나 보완 요구를 받은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토부는 2019년 2월26일자 당정 협의를 바탕으로 제주도가 합리적·객관적 절차에 따른 제주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제출할 경우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 결과 어느 한 쪽으로 큰 치우침 없이 찬반이 상당히 팽팽하게 나타나면서 국토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만약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소극적으로 해석한다면 국토부는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반대율이 미세하게 높은 점을 감안해 기존 계획을 수정한다면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법과 공항시설법에 따라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관련 내용을 추가 반영하거나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다시 한 번 명확한 입장을 물을 수도 있다.

환경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찍이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 1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환경부가 최종 부동의 결정을 내린다면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찬반단체 사실상 불복 입장…"갈등 해소 협력 절실"

제주 제2공항 찬반단체가 제주도민 여론조사를 앞두고 제작한 전단지.© News1

이번 여론조사는 2015년부터 장장 6년에 걸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실시됐지만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새로운 갈등 국면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찬반단체가 사실상 불복 입장을 밝히고 있는 탓이다.

오병관 제주 제2공항 성산읍 추진위원장은 "반대 측의 요구로 이뤄진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를 둘로 갈라놓았다"며 "특히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안전문제와 결부된 국책사업인 만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중단·변경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강원보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역시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결과에 무조건 승복한다"고는 했지만 "반대가 우세한 결과를 국토부가 정책 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다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번 여론조사를 기획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지난해 12월11일)'에 근거해 갈등 해소를 위해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제주도의회는 여전히 원내정당 간 입장차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여론조사 공정관리 공동위원회 위원인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은 "이번 여론조사는 주민투표에 준하는 공식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국토부는 이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저마다의 입장은 모두 존중받아야 하지만 갈등 해소를 위해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뿐 아니라 찬반단체도 이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 면접조사(무선 80%·유선 20%)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인구비(성·연령·지역)에 따른 사후 가중치가 부여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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