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 어떤 심리일까?
Q. 이제 4세가 된 저희 아이는 씻는 것을 싫어합니다. 이유를 알면 좋을 텐데 왜 씻는 것이 싫은지 물어봐도 그냥이라고만 하는데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답답합니다. 저녁이 되면 실랑이를 하느라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고, 저는 저대로 지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가볍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친 지점에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아이가 씻는 것을 싫어한다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4세 아이라면 자신이 경험한 감각적인 느낌을 언어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단편적인 표현들을 통해서 유추하며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감각이 예민한 아이에게 섬세하지 않은 양육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형태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욕물 온도, 샤워기 물의 강도, 빛의 밝기 정도, 목욕 전후의 온도 변화, 목욕 세정제 등을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출생 후 1년 동안의 양육 환경은 아이에게 대단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때 경험한 돌봄의 내용으로 이후 수면, 섭식, 배설의 습관을 만들어 가게 됩니다. 영아기 아이는 자신의 상태를 비언어적인 사인으로 보내기 때문에 울음소리, 표정, 눈빛 등을 살펴야하고 심리적 긴장감이 몸의 경직 정도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씻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한다면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교정하기 위한 딱딱한 훈육 및 교육은 자칫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 양육자가 하지 말아야 하는 표현과 행동은 무엇일까요
-다른 아이들은 다 잘 씻는데 너는 왜 그래
-안 씻으면 냄새난다고 친구들이 싫어해
-안 씻으면 벌레 생긴다.
-씻고 나면 네가 원하는 것을 해줄게
-빨리 씻고 텔레비전 볼까 등의 표현과 과도한 행동은 삼갑니다.
위와 같은 표현은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고 느껴 성장하면서 자책과 수치심, 자기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아이는 엄마가 원하는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을 미워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왜곡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양육자의 과도한 표현과 행동은 아이가 자신의 힘든 마음을 숨기거나 오히려 짜증을 내고 거부하는 과잉된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마음과 정서가 불편하고 힘들다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강하게 훈육하거나 아이의 표현을 충분히 수용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좋은 습관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바람직한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양육자가 수용적 공감의 태도로 아이와 교감해야 합니다.
◇ 이렇게 해볼까요
아이가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역할놀이를 통해서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물건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애착 인형은 자신을 대변하기 때문이고, 물활론적 사고를 하는 유아에게 적절한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물활론적 사고: 모든 물질이 본질적으로 활력, 생명력, 운동력을 근원으로 하고 혼을 가진다고 보는 세계관의 하나로 철학적 개념). 아이들이 무생물이 살아있다고 느끼거나 실제처럼 대화를 하는 것이 물활론적 사고입니다. 유아에게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수단으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게 됩니다.
역할놀이는 놀아준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함께 논다고 생각하면 되고, 아이가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인형을 선택하고 상황을 설정하는 것은 자신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마음의 사인을 읽을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역할놀이 중간 중간에 양육자의 적절한 질문은 아이에 마음의 문을 열어 줄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역할놀이를 하는 동안 아이를 대변하는 인형을 통해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데 역할을 맡은 인형의 행동을 수정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역할놀이는 기승전결을 갖춰야하거나 긍정적인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작가가 되어 써내려가는 동화에 기꺼이 조연으로 참여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또,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역할극에서 아이를 대변하는 인형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놀이상황과 현실에서 공존하도록 존재감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형의 이름이 '희망'이라고 한다면 실제 상황에서 아이가 씻기 싫어할 때 "희망이도 씻기 싫어했지? 희망이가 지금 ○○이의 마음을 잘 알거야", "지금 희망이가 ○○이와 함께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라고 대화를 유도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또 다른 모습인 '희망'이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등장하면서 역할을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면 아이의 정서가 유연하게 이완될 것입니다. 바른 습관을 만들어 가는데 아이의 안정된 정서는 필수입니다. 정서의 안정은 즐거운 놀이를 통해 형성될 수 있으므로 역할놀이를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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