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쿠팡 수혜주'일 수 없는 이유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요즘 증시 테마 중 하나가 ‘쿠팡 수혜주 찾기’라고 합니다. 다날이라는 전자결제대행(PG)사가 대표적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수조원을 조달할 쿠팡이 국내 e커머스 '평정'에 나설 것이라고 하자, 다날이 수혜주로 거론된 겁니다.
논리는 간단합니다. 다날은 온라인쇼핑몰이나 편의점에서 휴대폰으로 결제할 때 보안과 편리를 책임져 주는 결제대행사입니다. 쿠팡도 전자결제를 하니, 다날이 수혜주라는 겁니다. 다날이 쿠팡 내 휴대폰PG 점유율 1위 업체라는 분석까지 곁들여지고 있습니다.
정작 쿠팡에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쿠팡은 '원클릭 결제'로 유명합니다. 쿠팡페이 기능을 통해 클릭 한 번이면 아무런 중간 과정없이 결제가 되는 것으로, 이용자들을 쿠팡에 '락인(lock-in)' 시키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쿠팡은 이 같은 전자결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고, 이를 위해 쿠팡페이라는 자회사까지 두고 있습니다.
11번가 등 다른 e커머스 업체들도 지난해부터 쿠팡의 '원클릭 결제'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의 발전 방향은 다날과 같은 대행사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날과 쿠팡의 관계로 다시 돌아가자면, 결론은 이렇습니다. "쿠팡이 다날 기술을 사용할런 지도 모른다. 하지만 쿠팡 관계자들도 잘 모를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쿠팡 수혜주를 찾는 현상은 골판지 업체들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쿠팡의 상장 소식 중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긴 했지만, 의미 있는 발표 중 하나는 쿠팡의 친환경 배송 전략입니다. 그 중 하나로 종이박스 포장을 대폭 줄이겠다는 게 있습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사회 의장)은 작업 공정의 75%에서 종이포장을 없앨 수 있는 '테크놀로지'를 개발했다고 '창업자 서신'에 적었습니다. 플라스틱 통에 담긴 세제처럼 굳이 종이로 포장할 필요가 없는 물건은 간단하게 비닐 포장만 해서 문 앞에 가져다 놓겠다는 겁니다. 향후 쿠팡은 비닐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묻지마식 쿠팡 수혜주 찾기의 절정은 네이버입니다. 네이버 주가 뜀박질을 쿠팡 상장과 연결시키는 논리는 앞서 전자결제대행이나 골판지 업체와는 다소 다르긴 합니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500억달러(약 55조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으니 스마트스토어 등 쇼핑 중개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 네이버의 주가도 더 올라야한다는 겁니다. 네이버 전체 시가총액이 63조7342억원(18일 종가 기준)이어서 이미 쿠팡의 기업가치 추정치를 훨씬 넘어섰는데도 말이죠. 게다가 쿠팡 500억달러설(說)은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공모가는 아마 훨씬 더 낮을 겁니다. 상장 후 개인, 기관들의 관심 속에 최대 500억달러 규모로 주가가 뛸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일 뿐입니다.
요즘 주식시장이 너도나도 뛰어드는 과열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쿠팡 수혜주 찾기는 지나치게 과장돼 보입니다. 특히 네이버 쇼핑과 쿠팡의 관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게 될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둘 중 하나의 존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쪽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갈수록 다른 한쪽의 사업 전망은 어두워질 수 밖에 없는 사이라는 것이죠.
김범석 의장은 '창업자 서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편리한 서비스, 낮은 가격, 엄청난 상품 구색 등을 소비자들이 모두 쿠팡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 쿠팡의 회원이 된다면 e커머스의 모든 것을 얻게 해주겠다는 것으로, 경쟁사 입장에서 이 말은 "쿠팡의 대체제는 없다"는 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아마존과 구글의 관계를 살펴볼까요? 아마존 이전에 모든 검색은 구글을 통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 이후, 쇼핑 검색은 아마존을 통합니다. 단언컨데, 네이버는 절대 쿠팡의 수혜주일 수 없습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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