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 대기업 외식 브랜드의 생존법
[스페셜리포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장기화되면서 외식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 역시 큰 위기에 직면했다. 방문객 감소뿐만 아니라 영업시간까지 제한 받으면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뷔페나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대형 점포 위주의 외식 사업을 영위해 온 터라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에 처한 대기업 외식 브랜드들은 현재 급변한 경영 환경에 맞춰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한창이다. 매년 진행해 왔던 오프라인에서의 혁신은 뒷전에 밀렸다. 코로나19가 야기한 ‘비대면 소비’에 발맞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2021년을 맞이했다.
“15년 가까이 업계에 몸담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외식 사업이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한 대기업 외식 브랜드 관계자에게 최근 상황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물론 지금의 위기를 모두 코로나19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다양화되는 소비자 니즈, 최저임금 인상, 1인 가구 확산에 따른 혼밥족 증가로 대기업 외식 브랜드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가족 단위의 고객을 타깃으로 한 천편일률적인 매장들은 점차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잃어 가는 추세였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대기업들의 외식 사업은 그야말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는 기존에 갖고 있던 전략들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대기업 외식 브랜드들은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새 경영 목표로 내걸었다. 수익성이 저조한 대형 점포들을 정리하는 동시에 비대면 소비 흐름에 발맞춘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는 배달만이 살길이다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단연 배달 강화를 꼽을 수 있다. 외출 자제로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든 상황이다. 게다가 저녁 9시 이후에는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만큼 매출 감소는 불가피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저녁 9시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언제든 다시 규제가 생길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급증하는 배달 수요를 끌어안기 위한 배달 서비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점포에서 배달을 실시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랜드이츠를 예로 들면 방문 고객들에게 조리된 음식을 판매하며 매출을 올렸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 매장을 배달 기지화했다.
대표 뷔페 브랜드 ‘애슐리’를 앞세워 ‘홈 뷔페 콘셉트’의 배달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43개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가 가능하다. 배달 플랫폼뿐만 아니라 매장에 전화를 걸어 주문해도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달만을 전문으로 하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도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CJ푸드빌은 오로지 배달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빕스 얌 딜리버리’를 신규 론칭하고 이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스테이크 연어 샐러드, 핫타이 누들 샐러드 등 빕스의 대표 메뉴와 함께 자체 개발한 배달 전용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홈 파티’ 트렌드를 겨냥해 내놓은 배달 전용 세트 메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서초·강남 지역에 빕스 얌 딜리버리를 만들어 인근 배달 수요를 끌어안으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최근 송파·관악점에 추가로 매장을 열었고 향후에도 빕스 얌 딜리버리 매장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다.
신세계푸드도 배달 전문 매장 ‘셰프투고’를 론칭해 운영 중이다. 셰프투고는 신세계푸드의 수제 맥주 펍 ‘데블스도어’, 이탈리아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 ‘노브랜드 버거’ 등 각 브랜드의 인기 메뉴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포장 형태로만 판매하는 매장이다.
현재 배달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에서 한 곳의 점포를 테스트 매장 형태로 운영 중이다.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배달 수요 등을 고려해 추가 점포를 개설해 나갈 방침이다.
롯데GRS도 코로나19를 계기로 강남에 ‘스카이31 딜리버리&투고’ 매장을 시범 운영하며 배달 전문 외식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엔제리너스·크리스피크림·TGI프라이데이스 등 총 8개 브랜드의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다.
롯데GRS 관계자는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는 식문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발빠르게 배달 전용 매장을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HMR 확대로 매출 부진 만회 노려
배달과 함께 주력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정 간편식(HMR) 확대다. 오랜 기간 외식 사업을 운영하며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아진 외식 브랜드를 상표로 내걸고 다양한 HMR 제품들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배달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외식 사업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HMR 시장에서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코로나19 이전부터 HMR 관련 사업을 펼쳐 왔던 CJ푸드빌과 신세계푸드는 제품 라인업을 늘려 가는 데 여념이 없다. 집밥 수요 증가로 더욱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CJ푸드빌의 전략은 빕스를 앞세운 레스토랑 간편식(RMR)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빕스와 같은 레스토랑의 이름을 내건 RMR 제품은 집에서 외식하는 느낌과 맛을 전달할 수 있다”며 “언택트(비대면) 외식의 대안으로 점차 자리잡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2017년부터 빕스와 계절밥상 등 대표적인 외식 브랜드의 인기 메뉴를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이를 제작해 왔는데 최근 들어 그 수를 더욱 늘리고 있다.
빕스 브랜드를 내걸고 수프, 떠 먹는 피자, 통삼겹 오븐 구이 등 다양한 RMR 제품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한식 뷔페인 ‘계절밥상’을 통해서도 불고기·LA양념갈비 등 총 13종의 한식 제품을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육류 HMR 판매에 주력해 왔던 신세계푸드도 마찬가지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한식 레스토랑 ‘올반’을 HMR 브랜드명으로 정하고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온라인몰 또는 배달 앱을 통해 소량으로 먹거리를 구입하는 트렌드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이들을 겨냥한 소포장 욱류 HMR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최근 육류를 온라인으로 배달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파악하고 이 같은 전략을 세우게 됐다”며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소포장 육류 간편식을 주력 상품으로 정했다. 올해 30여 종까지 제품 수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이츠도 지난해 HMR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애슐리 브랜드를 앞세워 냉동 간편식 제품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라인뿐만 아니라 현재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킴스클럽’ 등 대형 마트에도 제품을 입점시켰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시장에 없는 유형의 HMR을 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점원과의 접촉은 최소화…온라인 프로모션 강화
오프라인 점포의 서비스 전략은 확연히 달라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까지는 고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친절한 서비스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지만 최근에는 방역을 위한 고객과의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이른바 ‘언택트 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GRS는 고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무인 키오스크에 비접촉 터치 스크린 패널을 업계 최초로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의 4개 매장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대형 레스토랑인 ‘빌라드샬롯’과 ‘TGI프라이데이스’의 일부 매장에도 자율주행 서빙 로봇을 배치했다. 이 밖에 여의도 크리스피크림 도넛 매장에 24시간 도넛을 구매할 수 있는 ‘도넛 자판기’를 설치해 직원과 대화할 필요 없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무인 자판기를 통한 고객들의 구매 비율은 월평균 1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며 무인 매장 운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버거 역삼점을 ‘비대면 매장’으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 매장을 찾은 고객은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픽업 존에서 서빙 로봇이 음식을 전달해 준다.
햄버거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만든다. 자동 조리 장비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주문한 메뉴에 맞춰 햄버거의 핵심 재료인 번과 패티가 자동으로 조리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를 통해 식품 위생의 안전성과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소비자 트렌드와 외식시장의 흐름에 맞춰 이런 운영 방식의 노브랜드 점포를 더욱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에 집중해 왔던 마케팅 전략의 무게 추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것도 최근 대기업 외식 브랜드들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보여주는 특징 중 하나다.
롯데GRS는 통합 외식 주문 앱 ‘롯데잇츠’를 론칭하고 충성 고객 확보에 나섰다. 롯데잇츠는 롯데GRS가 운영하는 모든 외식 브랜드들을 주문할 수 있는 통합 앱이다. 지속적으로 온라인 전용 프로모션을 기획하며 가입자 수를 늘려 가고 있다.
CJ푸드빌·신세계푸드·이랜드이츠 등도 온라인 주문 고객들을 위한 여러 혜택을 수시로 제공하며 온라인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던 대규모 이벤트 행사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온라인 고객들을 위한 프로모션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돋보기
‘포스트 코로나’ 전략은 업체별로 엇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대기업 외식 브랜드들의 전략은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에 차이가 있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우선 CJ푸드빌은 코로나19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비대면 트렌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다양한 가정 간편식(HMR)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졌고 배달이 안 되는 음식점 또한 더 이상 찾기 어려울 만큼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게다가 많은 소비자들이 집에서 먹는 밥에 익숙해진 만큼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집밥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프라인 점포를 점차 줄이면서 배달 전용 매장 확대, HMR 강화와 같은 언택트(비대면) 소비 전략을 계속 이어 나갈 방침이다.
이랜드이츠의 전략은 CJ푸드빌과 정반대다. 코로나19로 경쟁이 치열했던 외식업이 재편되는 추세인 만큼 생존에 성공한 업체들이 큰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현재 내놓은 배달 강화 등은 코로나19 시대를 버티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외식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외식 사업의 흐름을 지켜본 뒤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다만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앞으로는 대형화된 매장이 아닌 햄버거(노브랜드 버거)처럼 식문화 트렌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점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GRS는 “현재 내부적으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전략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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