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취업제한 과도? 미국선 영구퇴출까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018년 7월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주당 420달러에 상장폐지를 고려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2019년 12월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한 임원이 계약을 따기 위해 정부 관료에 250만달러(약 27억7천만원)의 뇌물을 줬다고 증권업계에서 영구 퇴출 명령을 받았다.
미국 금융당국이 일탈을 저지른 상장사 임원에게 '영구 퇴출'과 같은 고강도 조처를 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한 줄'에 머스크 의장직 축출
관료에 뇌물·분식회계 등 부정행위
미 당국, 임원 자격 영구금지 등 조처
지난 2018년 7월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주당 420달러에 상장폐지를 고려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직후 테슬라 주가는 6% 이상 급등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 이게 빌미가 되어 미국의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강한 징계를 받는다. 이사회 의장직에서 즉시 물러나고 벌금 2천만달러(약 224억2천만원)을 물어야 했다. 트위터 한 줄의 후과가 작지 않은 셈이다.
지난 15일 법무부가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쪽에 취업제한을 통보한 뒤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 재계 일각에서 일고 있다. 기업의 고용 여부는 ‘민사적 사안’인데 형법으로 과도하게 규율한다는 취지다. 기업 경영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총수의 퇴진은 대주주는 물론 소수주주의 이해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으로도 나아간다.
선진 자본시장이 구축된 미국에선 부정 행위를 저지른 상장사 경영진이 어떻게 처리될까.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법제와 자본시장의 성숙도, 사건의 고유한 특징이 달라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지만 ‘한국의 취업제한 조처’가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려워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누리집에 게시된 여러 사례들은 이런 진단을 뒷받침한다.
2007년 에너지 회사 엔론을 파산으로 몬 대규모 분식회계를 주도한 제프리 스컬링 최고경영자(CEO)는 2004년 24년4개월의 징역형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로부터 10년 뒤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상장사 임원 자격 ‘영구’ 금지 조처를 받았다. 취업 제한 범위를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로 한정하고 제한 기간도 ‘형 집행 뒤 5년(징역형 기준)’으로 정한 국내 법제보다 강도가 더 높은 조처가 미국에서 내려진 셈이다.
2019년 12월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한 임원이 계약을 따기 위해 정부 관료에 250만달러(약 27억7천만원)의 뇌물을 줬다고 증권업계에서 영구 퇴출 명령을 받았다. 지난 1월에도 미국 핀테크 기업 롱핀의 시이오 벤카타 미나발리는 매출 조작과 회사 임직원에 부당 이득을 안겨줬다는 이유로, 40만달러(한화 약 4억4천만원)의 벌금과 함께 모든 상장회사의 임원 또는 이사로의 활동이 영구 금지됐다.
이런 고강도 조처는 미국의 자본시장 성숙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에선 상장사 핵심 경영진의 일탈 행위가 발생하면 주가가 크게 출렁이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물리적 압박이 거세게 인다. 미국 금융당국이 일탈을 저지른 상장사 임원에게 ‘영구 퇴출’과 같은 고강도 조처를 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국내 대학 경영학 교수는 “한국 재벌 총수들이 중범죄를 저질러도 이사회가 조처를 취할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엔 상대적으로 미성숙한 시장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며 “글로벌 무대에서 뛰면서도 정작 부정 행위에 대한 조처는 미성숙한 자본시장을 지렛대 삼아 후진적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채이배 전 의원은 “미국은 전문경영인이 불법행위를 저질러 감옥에 가면 그대로 (해당 기업은 물론 시장에서) 아웃된다”며 “한국 재벌은 총수가 징역을 다녀와서도 경영에 복귀하고, 심지어 공범인 임원도 경영 현장에 복귀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어그러진 ‘포용의 수’…내상 깊은 문 대통령
-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 도민 ‘반대 우위’…후보지 성산은 ‘찬성 우세’
- 옷 안 사입고, 머리 안깎고…허리띠 졸라맨 ‘불황형 흑자’
- 하버드 역사학 교수들 “램자이어, 지독한 학문적 진실성 위반” 비판
- “권력에 호통치던 참어른”…‘백기완 정신’ 되새긴 시민들 애도 물결
- 강원 양양 사천리 창고서 불, 인근 산으로 번져…주민 대피
- ‘아동성추행’ 한예찬 책을 다루는 사서들의 다른 방식
- 박범계 법무 “신현수 수석 만날 의향 있다”…사의파동 진화 나서
- “평범한 사람들 소리 모아 큰울림 주는 ‘쉬운 합창’ 근사하죠”
- 문 대통령이 ‘코로나 주사기’ 업체 찾아 삼성 칭찬한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