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밀리면 죽는다".. '위기감'에 경제단체 전면 나서는 신·구 총수들

김기중 2021. 2. 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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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상공회의소 신규 부회장단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주요 경제단체들의 면면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관행처럼 내려오던 단체 간의 영역구분도, 전통 산업 위주였던 수뇌부의 구성도 대거 바뀌는 추세다. 장기간 관료 출신에 맡겼던 수장 자리도 다시 총수가 직접 챙기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입법 과정에서 "더 이상 밀리면 안된다"는 재계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시각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전열 정비라는 해석이 동시에 나온다.


①최태원 등판, 경제단체 '원톱' 된 대한상의

18일 재계 등에 따르면, 그간 박용만 회장이 이끌던 대한상공회의소는 차기 사령탑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등판하면서 중량감이 더해졌다. 최 회장은 조만간 4대 그룹 총수 가운데는 처음으로 서울상의 회장 겸 대한상의 수장에 오를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4대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하게 되면 전달하는 메시지의 의미도 다르게 받아들여 질 것"이라며 "재계 내 위상도 크게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대한상의는 대기업 중심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물론,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다른 경제단체보다 존재감이 특별하지 못했다. 전체 상공인의 입장을 모두 살피다 보니, 재계 이슈에 선명한 대응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최 회장과 함께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이 합류하면서 회장단 내 신ㆍ구 조화를 이뤘다. 그간 중견기업 위주에서 재계를 모두 아우를 대표 단체 자리에 한 발 더 다가갔다는 평가도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단체라고 하면 보수적이고 다소 노회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최 회장에 이어 거물급 젊은 기업인까지 수혈되면서 이젠 국내 재계의 대표 창구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②신산업 대표 기업인 대거 입성

김범수 의장과 김택진 대표 등의 회장단 합류가 상징하는 의미도 크다. 서울상의에는 이들 외에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박지원 두산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이형희 SK그룹 사장(SK브로드밴드) 등이 새로 합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대한상의 회장단의 헤드테이블엔 전자·자동차·반도체·화학·제조업·유통 분야 기업 대표들이 대부분이었다. 4차산업 시대에도 IT·게임·스타트업·금융 등 성장 산업의 목소리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경제단체도 산업 전반의 지형 변화에 발 맞춰 회장단 구성에도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가령 IT업계만 예로 들어봐도, 그동안 ‘비주류’로 분류됐던 IT업계 대표를 회장단 중심부로 끌어들이면서 전통적인 기업 이슈에 집중했던 상의가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IT 업계 입장에서도 든든한 아군을 얻게 됐다. 현재 IT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국회의 게임법 전부 개정안, 이익공유제 등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태희 서울상의 상근부회장은 “회장단 개편을 통해 전통 제조업은 물론 미래산업을 책임질 혁신기업의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③위기 느낀 총수들, 직접 전면 나선다

한국무역협회도 지난 16일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새 수장으로 단독 추대하는 ‘파격’을 선택했다. 무역협회장은 2006년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을 끝으로 15년간 관료 출신이 맡아왔다.

구자열 회장의 등판은 코로나19로 심각한 고충을 겪는 수출 기업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구 회장 역시 이 같은 회원사들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 외에는 실익이 없다’는 인식 때문에 주요 대기업 수장이 그간 경제단체 회장직 자리를 고사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최근 상의와 무역협회의 수장 교체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그 동안 경제단체들이 주52시간제 시행, 최저임금 인상, 기업규제3법, 노조법, 중대재해법 등 각종 핵심현안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며 “한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거물급 기업인들의 대응에 기대를 거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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