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고발 자료는 사라지고 시신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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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클라호마 로건카운티 크레스켄트(Crescent) 에너지회사 '커-맥기(Kerr-McGee)사'의 만 28세 플루토늄 기술자 카렌 실크우드(Karen Silkwood, 1946.2.19~1974.11.13)가 1974년 11월, 차량 전복 사고로 74번 주립고속도로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당일 실크우드는 노조연맹 대표와 함께 작업장 방사능 안전문제를 고발하는 방대한 파일을 지닌 채 뉴욕타임스 기자를 만나러 가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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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클라호마 로건카운티 크레스켄트(Crescent) 에너지회사 '커-맥기(Kerr-McGee)사'의 만 28세 플루토늄 기술자 카렌 실크우드(Karen Silkwood, 1946.2.19~1974.11.13)가 1974년 11월, 차량 전복 사고로 74번 주립고속도로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체내에서 다량의 수면·진정제인 메타쿠알론이 검출됐다.
하지만 졸음운전으로 인한 단순 사고라기엔 의문점이 많았다. 승용차 뒤 범퍼가 충돌로 찌그러져 있었고, 현장에 급브레이크 자국이 있었다. 사고 당일 실크우드는 노조연맹 대표와 함께 작업장 방사능 안전문제를 고발하는 방대한 파일을 지닌 채 뉴욕타임스 기자를 만나러 가던 중이었다. 현장에서 그 파일은 발견되지 않았다.
핵연료 플루토늄 가공 공정 기술자이자 노조원이던 그는 사측에 작업장 안전조치 강화를 꾸준히 요구해 왔고, 급기야 그해 9월 미 원자력위원회(AEC)에 고발까지 한 터였다. 게다가 끝내 규명되지 않은 원인으로, 그는 11월 5일 치명적인 방사능에 피폭돼 공장 보건의 진단까지 받은 상태였다. 그가 살던 집에서도 다량의 방사능이 검출됐다. 실크우드 가족은 딸이 숨지기 전 익명의 협박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다고 밝혔다.
증폭된 의혹과 광범위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진상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은 방사능 노출 책임 등을 들어 사측에 소송을 걸었고, 회사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138만달러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유족과 합의했다.
작업장 안전 점검에 나선 AEC는 다량의 플루토늄이 부적절하게 보관된 점 등을 적발, 1975년 크레스켄트 작업장을 폐쇄하고 오염물질 제거 작업을 벌였고, 커-맥기사는 2006년 다른 회사(Anadarko Petroleum)에 인수됐다.
실크우드 의혹은 다수의 책으로 소개됐고, 1983년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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