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골라준 대로 보고 듣는 시대

남민우 기자 2021. 2. 1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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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우 기자

미국 계정으로 스포티파이를 가입해 써 온 친구에게 “알고리즘(컴퓨터 프로그램)이 골라준 음악이 들을 만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런 질문을 하니 세상 물정 모르는 ‘꼰대’ 소리를 듣는다”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그는 엔지니어도, IT(정보기술) 회사 직원도 아닌 방송국에서 음악 방송을 연출하던 PD였습니다. 알고리즘이 없었다면 대중에게 음악을 골라주는 이른바 ‘게이트 키퍼(gatekeeper)’ 역할을 했을 겁니다. 그는 ”전문가들이 대중에게 음악을 골라주던 시절은 벌써 한참 전에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알고리즘을 이용한 맞춤형 추천 시스템은 우리가 이용하는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에 파고들었습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틱톡 등의 동영상 추천 시스템은 대중의 동영상 소비 방식을 바꾸었지요. 과거처럼 모두가 같은 ‘블록버스터’에 열광하기보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즐깁니다. 심지어 인터넷 포털의 뉴스 콘텐츠도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이 읽는 이의 ‘관심사'에 맞춰 추천해 주는 세상입니다. 알고리즘이 항상 똘똘한 것은 아니다보니, 비슷한 종류의 콘텐츠만 묶어 나열해 확증 편향을 부추기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런 점에서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은 더 주목할 만합니다. 넷플릭스가 그랬듯, 이제 막 개화하는 한국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틀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은 여전히 ‘쏠림 현상’이 심한 곳입니다. 음악은 트로트와 아이돌 K팝이, 팟캐스트는 특정 성향의 콘텐츠가 압도적이죠. 스포티파이가 만약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아마도 유행이나 대세에 따라가는 이 시장의 기존 구조를 파괴하고 다양성에 기반한 새로운 소비 패턴을 정착시켰기 때문일 겁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처해 가는 것은, 한국의 미디어 산업이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과제입니다. 성공이 아닌, 생존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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