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27] ‘봉쇄’에 골몰하는 공산당
진시황(秦始皇) 이전의 중국에서는 ‘봉건(封建)’이 행해졌다. 왕실 친족이나 귀족, 공신(功臣) 등에게 일정 지역의 권력을 위임하는 제도다. 이로써 왕실은 친위(親衛) 세력을 구축하는 한편 다른 권력의 집중을 견제했다.
자의(字意)로 보자면 ‘봉건’의 앞 글자는 본래 손으로 나무를 심는 모습이다. 한 지역의 경계를 긋는 행위다. 일정 지역의 권력을 위임하되 그 한계 또한 분명히 하는 뜻이다. 그로써 권력을 분산한다[分封]는 의미, 아울러 그 권력을 제한한다는 새김을 얻었다.
봉토(封土)는 그 위임받은 지역, 봉작(封爵)은 그렇게 해서 얻은 벼슬을 가리킨다. ‘권력 등을 한 곳에 가두다’라는 맥락의 조어도 퍽 많다. 봉쇄(封鎖)는 걸어 잠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봉합(封合)도 같은 맥락이다. 출입을 틀어막으면 봉금(封禁)이다.
지난해 중국의 시사 흐름에서는 이 글자가 자주 등장했다. 코로나19가 번지는 곳에 가차 없이 등장했던 공산당의 도시 봉쇄, 즉 ‘봉성(封城)’ 조치 때문이다. 요즘도 바이러스 발생 의심 지역으로 여겨지면 당국의 신속한 봉쇄가 펼쳐진다. 공산당 특유의 효율적 측면을 강조하는 대응이다.
인터넷 사정도 마찬가지다. 공산당에 비판적인 개인 온라인 계정들은 2018년 이후 대규모 봉쇄에 직면하고 있다. 계정 폐쇄에 해당하는 이른바 ‘봉호(封號)’다. 요즘 들어서는 시정(時政)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그 대상에 오른다.
봉건 체제에 관한 논의는 꽤 복잡하다. 동서양의 정의(定義)가 사뭇 다르다. 그러나 일반적 개념으로는 억압과 수탈의 퇴행적인 틀을 지칭한다. 닫고, 가두며, 막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아직 이런 의미의 봉건 체제를 답습하는 모양새다. 과거 왕조의 구태를 혁파한다며 일어나 개혁·개방의 드라마틱한 전환까지 선보였던 공산당으로서는 퍽 민망한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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