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2월 정례회의] 거리두기 정책 단순 전달에 그쳐.. 과학적 근거 따져 물어야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최근 줌 화상회의 방식으로 정례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한은형(소설가) 위원과 안덕기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태수(변호사),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코로나]
-코로나 3차 유행기 정부 방역 정책과 관련, 조선일보 기사는 대부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안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친 반면, 그 조정안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짚어내지 못했다. 정부의 방역 정책이 ‘과학’과 ‘증거’ 기반 없이 대부분 눈치보기식의 정치적 판단으로 이루어진 것을 지적했어야 한다. 정부는 확진자 수 증감에 따른 거리 두기 조정 규정과 매뉴얼을 마련해놓고도 지키지 않았다. 수도권·비수도권, 오후 9시·10시 구분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 새로 추가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도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다. 법적·과학적 근거도 없이 국민의 자유를 통제하는 방역 방침 남발을 비판해야 한다.
-국제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보도하는데,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정부가 처음 이를 언급했을 때는 독자적으로 백신 확보가 어려운 저개발국에 백신을 공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 별도의 설명 없이 우리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는다는 기사를 보니 한국이 저개발국에 돌아가야 할 백신을 가로채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겼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자영업자 손실 보상 관련 보도를 보면 무슨 기준으로, 얼마나 보상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부와 언론 모두 혼선을 빚고 있다. 선진국과 IMF는 위기 대응 재정지출과 관련, ‘적시에(timely)’ ‘선별적이고(targeted)’ ‘일시적이며(temporary)’ ‘투명하게(transparent)’ 지원해야 한다는 ‘4T’ 원칙을 준수한다는 것을 참고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손실보상법 입법 등으로 손실 보상을 위한 재정지출 증가가 장기적으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법조 파동]
-<공익제보자 “김학의 불법 출금, 외압에 수사 못해 부끄럽다”>(1월 23일 자 A1면) 등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관련 기사는 현 정부에서 ‘법치주의’가 얼마나 능멸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조선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하는 김학의 사건의 전개와 분석이 궁금해 매일 아침 신문을 기다렸다.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공모한 일부 법무부·검찰 인사,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김경수 대법원장 등 정략적 법조인들에 좌절한 정예 법조인들이 검찰과 법원을 떠나고 있다. A급이 떠난 조직은 미래가 없다.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진심을 신문에 소개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1월 말 공수처법에 대해 합헌(合憲) 결정을 내렸을 때 조선일보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공수처 설치는 나라가 흔들릴 정도의 국정 현안이었는데 왜 보도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친(親)정부 성향 헌재 재판관이 다수 임명되어 합헌 결정을 예상했기 때문에 뉴스 가치가 없어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되지만, 위헌(違憲) 논란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번에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수사권 이첩 요구, 관할 범위, 기본권 침해 가능성 등은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관 3명이 낸 소수 의견은 위헌 논란의 유력한 논거가 될 것이다. 특히 앞으로 공수처에서 수사·기소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측의 공수처법 위헌 주장을 해당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헌재에 위헌심판 제청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추후 보도해야 한다.
-<두 번 버림받는 아이들>(2월 3~4일) 기획은 ‘얇고 넓은’ 형태의 우리나라 사회복지 체계의 특징을 잘 지적했다. 여러 분야에서 복지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당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육시설을 떠나는 아이들에게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주고 알아서 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탈북민 시설인 하나원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증시]
-<개미·기관 ’12조 밀당' 외국인은 구경중>(1월 21일 B1면), <게임스톱株 폭락 땐 미국 증시 급등 ‘롤러코스터’>(2월 3일 B3면) 등은 한·미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공매도를 중심으로 ‘개인 대(對) 기관’ 파워게임이 벌어지는 것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왜 양국에서 빅 이슈가 되는지에 대한 분석은 부족했다. 최근 증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증시의 본격적인 디지털화라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분석이 필요하다. 또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모든 금융 거래가 손안의 플랫폼으로 들어오면서 개인·기관 간 정보력 차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도 중요 요인으로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 플랫폼 장악한 테크기업, 독점력 더 커졌다>(2월 1일 A4면)는 국내외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진 것에 대한 의미 및 전망 등이 빠져 아쉬웠다. 인터넷 플랫폼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 생태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미국·중국·EU가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지, 이런 패권 경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규제 및 진흥 논의 등을 글로벌하고 심층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바이든]
-미국 현대 정치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된 바이든 시대에 대한 거시적 분석이 필요하다. 바이든은 ‘민주주의’ ‘미국의 귀환’ ‘국민 통합’ ‘시민성(civility) 회복’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구호가 트럼프 4년과 비교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명쾌하지 않다. 트럼프 시대에 대한 평가와 함께 바이든이 닮고 싶어하는 오바마 8년간 성취는 무엇인지 함께 짚어보아야 한다. 오바마 때 대북정책이 사실상 부재했던 원인과 문제점도 분석해야 한다. 또 바이든이 준거로 삼고 있는 루스벨트의 ‘뉴딜’과 존슨의 ‘그레이트 소사어티’라는 국정 의제가 미칠 국내외적 파장 등을 담은 기획시리즈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소통할 바이든 인맥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바이든과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한 인적(人的) 연대가 있고 상당 기간 업무 연계가 있는 그런 인사를 찾아야 하는데, 누군가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프로모션을 그대로 보도하는 경우가 있었다. 바이든과 한두 차례 만났거나 단발적인 에피소드에 불과한 인연을 가진 인사를 바이든 인맥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과장이다.
[지면 변화]
-최근 조선일보 지면 변화가 눈에 띈다. A2면 ‘조선 투데이(Chosun Today)’는 사진과 기사를 지그재그식으로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1월 29· 30일 자에 실린 설경(雪景)은 감성적인 사진설명이 돋보였다. 순창고추장 마을 설명에는 ‘마치 생크림 케이크 같아’라고 했고, 경기 화성 사진에는 ‘눈이 그린 점묘화’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길성이 만난 사람: “장애인 돼 겪은 삶보다 지난 1년이 더 힘들었다”>(2월 1일 자 A27면)에서 인물 사진을 흑백으로 하고 뒷배경은 노란색으로 처리한 것도 신선했다. <FOCUS/ 렌즈로 본 세상>(2월 4일 자 A16면)도 호소력 있는 좋은 시도였다.
-〈두 번 버림받는 아이들〉(2월 3~4일) 기획은 ‘얇고 넓은’ 형태의 우리나라 사회복지 체계의 특징을 잘 지적했다. 여러 분야에서 복지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당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육시설을 떠나는 아이들에게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주고 알아서 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탈북민 시설인 하나원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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