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결정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이충엽 2021. 2. 19.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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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답을 드리면 될까요?” 상대에게 어떤 제안이나 요구를 했을 때 듣게 되는 질문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고 복잡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지 않은 경우라면, 나는 역으로 이렇게 묻는다. “혹시 하루 이틀 이상 걸릴까요?”

이렇게 질문하면, 어떤 상대는 내가 급박하게 대답을 요구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내일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도 아닌데 고작 하루 이틀이라니?’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사실 이 질문은 하루 이틀 내로 답을 달라는 게 아니라, 일정을 정하기 전 상대가 가진 판단의 준거를 알고 싶어 던지는 것이다.

“혹시 하루 이틀 이상 걸릴까요?” 사실 이 질문은 하루 이틀 내로 답을 달라는 게 아니라, 일정을 정하기 전 상대가 가진 판단의 준거를 알고 싶어 던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빠르게 판단하는 일을 상당히 불편해한다. 빠르게 내린 의사 결정의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고, 놓치는 요소가 없을지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가능하면 최대한 신중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게 미덕이라 생각한다.

신중한 것은 좋다. 그런데 막상 중요한 문제 앞에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판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단지 근심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후회하거나, 그로 인한 고통을 추측하는 것이다. 보통은 이래도 걱정이고 저래도 걱정이니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낸다.

판단의 품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은 판단을 위한 정보와 논리를 찾고 정리하는 일이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결정이 많다. 사전에 그 문제를 어느 정도 생각해봤다면 대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을 때가 잦았다. 하루 이틀이면 의사 결정에 필요한 논거를 충분히 탐색했던 경우가 많았다. 내 질문에 “더 알아봐야 할 것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꽤 적었다. 그 정도 시간이면 판단에 필요한 정보는 충분하다는 것에 동의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루 이틀 만에 판단하고 의사 결정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근심하지 말자는 허황한 얘기도 아니다. 다만 내가 빠진 고민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상태일 때, 내가 무슨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돌이켜보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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