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자식 줄 돈.. 적금보다 주식증여, 세금도 아껴"

박희창 기자 2021. 2.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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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 씨(38)는 지난해 두 살 된 딸 이름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어 구글(알파벳A) 주식 1200만 원어치를 샀다.

이 씨는 "미국 증시가 올해도 계속 올라 수익이 벌써 1000만 원 가까이 된다. 10년 뒤 또 딸에게 2000만 원어치 주식을 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윤모 씨(34)는 "이번 설에 조카들에게 애플 주식을 살 수 있는 '해외 주식 상품권'을 5만 원씩 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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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대신 주식” 미성년 계좌 1년새 2배로

지난해 10월 안보배 씨(35)는 열 살짜리 아들의 주식 계좌를 만들어 삼성전자 주식 2주를 사줬다. 어린이신문을 구독하는 아들이 증시 관련 기사들을 읽고선 직접 투자해 보고 싶다고 한 게 계기가 됐다. 안 씨는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아들이 그동안 모은 용돈과 세뱃돈으로 투자해 보면 실전 경제 교육이 될 것 같아 허락했다”고 했다.

안 씨 부부가 주식 용어와 투자 개념 등을 알려주지만 종목을 고르고 투자 시점을 정하는 건 아들 몫이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 주가가 8만 원대 초반으로 떨어지자 아들은 “지금 더 사야 한다”며 부부에게 모아둔 용돈을 건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 투자 열풍에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주식 계좌도 1년 새 2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5개 증권사(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의 미성년자 주식 계좌는 60만6952개로 집계됐다. 1년 전(29만1033개)보다 109% 급증했다.

특히 국내 증시가 삼천피(코스피 3,000) 시대를 처음 연 올 1월에만 8만 개 이상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2019년 1년간 개설된 미성년자 계좌는 1만 개가 안 됐다. 증시 활황 속에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조기 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자녀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절세 혜택을 노려 자녀에게 미리 주식을 증여하는 부모도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려서부터 소액으로 투자를 해보면 금융 교육 효과가 있다. 다만 자녀가 투자에 너무 몰입하거나 증여가 탈세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이지윤 기자

“어차피 줄 돈… 적금보다 주식증여, 세금도 아껴”

직장인 이모 씨(38)는 지난해 두 살 된 딸 이름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어 구글(알파벳A) 주식 1200만 원어치를 샀다. 최근엔 테슬라와 애플 주식도 400만 원씩 매수했다. 같은 돈이라면 은행 예·적금보다 주식 투자로 자녀 미래를 위한 종잣돈을 모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 씨는 “미국 증시가 올해도 계속 올라 수익이 벌써 1000만 원 가까이 된다. 10년 뒤 또 딸에게 2000만 원어치 주식을 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증시 활황이 계속되면서 미성년자의 주식 투자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1년 새 어린이, 청소년 ‘주린이’(주식+어린이) 이름의 주식 계좌가 31만 개 넘게 늘었다. 미래를 위한 재테크, 조기 교육, 증여 등 투자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5개 증권사(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의 미성년자 주식 계좌 60만여 개의 평균 잔액은 587만56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1% 늘어난 금액이다. 미성년자 주식 계좌가 1년 새 31만5900개 이상 급증한 데다 투자금액도 증가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성년자 계좌를 만들려면 부모가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각종 서류를 내야 한다”며 “상담하고 처리하는 데 2시간 넘게 걸려 미성년 계좌 개설 고객이 몰리면 하루가 다 간다”고 했다.

미성년자 주식 투자가 늘어난 것은 취업난, 집값 급등 등의 여파로 일찍부터 자녀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재테크에 나서는 부모가 많아진 영향이 크다. 직장인 박모 씨(44)는 “중학생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들었던 적금을 깨고 최근 주식을 샀다”며 “은행 적금 대신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게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절세 효과를 노려 주식을 증여 수단으로 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미성년 자녀에게 10년 동안 2000만 원어치 주식을 증여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자녀가 1세 때 2000만 원어치 주식을 사주고 11세 때 또 2000만 원어치를 세금 없이 사줄 수 있는 셈이다. KB금융지주 ‘2020 한국 부자보고서’에서도 부자들의 50.8%는 주식, 펀드 등으로 증여나 상속을 한다고 했다. 원준범 와이즈세무회계컨설팅 세무사는 “세금을 안 내더라도 자녀 이름으로 주식을 사면 반드시 세무서에 증여 신고를 해야 한다”며 “처음에 증여 신고를 제대로 안 했다가 나중에 수익까지 합쳐 세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주식 열풍에 일찍부터 투자에 눈을 뜨는 10대도 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주식에 관심 있는 10대 학생인데 뭘 공부하면 좋냐”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모 군(17)도 지난해 7월 100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친환경 관련 종목을 샀다. 직장인 윤모 씨(34)는 “이번 설에 조카들에게 애플 주식을 살 수 있는 ‘해외 주식 상품권’을 5만 원씩 줬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인의 금융 이해력이 62.2점(2018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금융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주식 투자가 미래를 위한 공부로 받아들여져야 좋은 경제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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