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대박' 아자르와 위기의 이루다가 남긴 숙제[오늘과 내일/김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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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이 대한민국의 로망이었던 석유경제 시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뉴스가 있었다.
영상채팅 애플리케이션 '아자르'를 만든 국내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가 약 2조 원에 인수되면서 안상일 대표를 비롯한 젊은 창업자들이 대박을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30∼40년 전 기사들을 떠올렸다면 엉뚱한 상상일까.
아자르의 대박과 이루다의 위기는 앞으로도 각각 비슷한 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두 회사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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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 기술변화 대응 못하면 위기 맞을 수도
영상채팅 애플리케이션 ‘아자르’를 만든 국내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가 약 2조 원에 인수되면서 안상일 대표를 비롯한 젊은 창업자들이 대박을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30∼40년 전 기사들을 떠올렸다면 엉뚱한 상상일까.
‘디지털 경제 시대에 데이터는 새로운 원유(原油)’라는 비유가 자주 쓰인다. 하이퍼커넥트의 성공을 원유 개발에 비유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하이퍼커넥트는 뛰어난 시추 기술을 활용해(개인 데이터를 제공하면 각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매칭해 주는 서비스), 디지털 경제의 원유를 뽑아 올렸고(전 세계 1억 명 가입자의 개인 데이터를 확보), 이 원유를 정제, 가공하면 석유화학 제품처럼 더 많은 부가가치를 지닌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이퍼커넥트가 개발한 데이터 유전에 약 2조 원의 시장 가격이 붙은 셈이다.
반면 다른 스타트업인 스캐터랩은 개인 데이터를 잘못 다루는 바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스캐터랩은 ‘연애의 과학’이라는 서비스로 가입자들의 카카오톡 대화 데이터를 대량 확보한 뒤 이를 이용해 ‘이루다’라는 인공지능(AI) 채팅 서비스를 내놓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루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각 개인들에게 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전 동의를 충분히 받지 못했고, 개인정보의 익명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민감한 정보들이 그대로 드러나게 한 것이 패착이 됐다. AI 윤리를 어긴 것으로 질타를 받았지만,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못한 것은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졌다. 피해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아자르의 대박과 이루다의 위기는 앞으로도 각각 비슷한 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두 회사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특히 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우리가 생각하는 개인 데이터 사용과 보호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예로 AI 개발은 데이터를 블랙박스에 집어넣는 것에 비유된다. 데이터를 처리하기 전에는 무슨 목적으로 쓰일 건지 결론을 알 수 없다. 서비스 개발을 위해 개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결과물을 미리 예상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 이루다와 같은 실패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블록체인은 개인 데이터를 최대한 공유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던 지금까지의 상식을 버리고 데이터를 여러 곳에 분산 처리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국면을 열어젖힌다.
그런데도 지금의 인식은 사전 동의를 구해야만 개인정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과거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전 동의 절차를 강화하는 데만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데이터 사용이 크게 제한되거나 반대로 포괄 동의만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될 우려가 있다. 자칫 새로운 자원을 발굴해 부를 창출하려는 스타트업, 벤처기업들의 발목을 잡거나 스스로 감당 못할 위험 물질을 떠안기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아자르와 이루다의 사례를 참고해 데이터 사용과 보호에 대한 기존 방식을 과감하게 바꾸려는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다. 개인정보의 주인이 통제권을 잃지 않으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시기를 놓쳐 데이터의 안전한 사용이 위축된다면, 겨우 찾아낸 ‘디지털 산유국’의 활로가 다시 막혀버릴 수도 있다.
김용석 산업1부장 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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