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참 기로에 선 '쿼드 플러스'.. 사안별 접근전략 마련할 때"[인사이드&인사이트]

2021. 2.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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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아시아 전략, 한국 대응법
박재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재가동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를 계승해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외교·안보 분야 고위 관료가 쿼드를 중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4국 정상이 화상으로 참여하는 쿼드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이미 금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주최국인 영국이 호주 인도 한국을 회의에 초청해 놓은 상황이어서 6월에 개최되는 ‘G7+3’ 회의에 쿼드 4국 모두가 참석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해에 개최하겠다고 공약했던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도 성사된다면 쿼드 국가가 유럽의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함께 중심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쿼드 정상회의, ‘G7+3’, ‘민주주의를 위한 회의’를 통한 ‘반중 전선’ 구축을 우려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5일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다자주의를 ‘선별적’이라고 비난했다.

○ 쿼드의 외연 확장…다자협력의 초석 vs 중국 헤징

쿼드는 2007년 일본과 미국의 주도로 처음 발족했으나 중국을 의식한 호주와 인도의 발 빼기로 1년도 안 돼 좌초됐다. 그러나 2017년 1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시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의 추진을 표명하면서 10년 만에 재가동됐다. 이후 현재까지 2차례의 장관급 회담을 포함한 10차례 고위급 회담이 개최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인도 일본이 실시해온 ‘말라바르(Malabar)’ 군사훈련에 호주가 참여함으로써 4국이 공동 군사훈련을 시행하기도 했다. 쿼드 4국은 쿼드의 내실을 다지면서 다른 한편으로 쿼드의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언론은 특히 프랑스와 영국을 대상 국가로 주목하고 있다. 제국주의 시절 획득한 영토로 인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85%가 인·태 지역에 있는 프랑스는 2020년 9월에 프랑스·호주·인도 고위관료 대화가 발족하는 데 산파 역할을 했다. 영국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미국의 ‘남중국해 해양의 자유 작전’에 동참하고 있다.

인·태 지역 안보 질서의 관점에서 쿼드의 외연 확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의 시각은 쿼드의 외연 확장은 역내에서 효율적인 다자협력을 추동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라는 관점이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포럼(ARF) 등 기존의 안보협력체는 제도의 틀을 먼저 정비하고 그 속에서 회원국 간 안보협력 증진을 추동해왔다. 그럼에도 다자 안보협력이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유럽과 비교할 때, 인·태 지역 다자안보협력은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비제도적이고 유연한 형태의 다양한 소(小)다자 안보협력을 가동하고 이들의 유기적 연대를 통해 좀 더 확장된 다자협력을 발전시키려 한다. 즉 쿼드와 같은 다양한 소다자 안보협력의 중층적 연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다자 안보협력체를 출현시키는 것이다. 나토는 탈냉전 후 특정 국가의 위협에 대응하는 동맹이라기보다는 유럽의 제반 안보 이슈를 관장하는 다자안보 기구로서 기능하고 있다.

또 다른 시각은 쿼드 확장을 인·태 지역 안보질서 구축 과정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합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일례로 쿼드가 영국, 프랑스 등 나토 회원국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면 글로벌 차원의 거대한 미국 안보 네트워크가 결성되는 초석이 될 수 있다. 나토는 미국을 포함한 30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현재 나토의 공식 입장은 인·태 지역 안보문제에 나토가 연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 내 다양한 전통, 비(非)전통 안보문제를 처리하는 데에만도 벅차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토의 주요 회원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쿼드에 합류하게 된다면 인·태 지역 미국 안보 네트워크와 나토가 궁극적으로 연계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장관급 쿼드 협의 후 일본이 발표한 언론보도문은 쿼드 국가들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유럽 국가들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쿼드의 외연 확장이 인·태 지역 미국 안보 네트워크와 유럽의 나토가 연결되는 고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마리다.

○ ‘쿼드 플러스’는 단수가 아닌 복수

쿼드는 ‘민주주의 다이아몬드’라는 별칭이 방증하는 것처럼 비민주주의 국가인 중국을 염두에 둔 안보협의체로서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쿼드를 주도해온 미국, 일본과 달리 호주와 인도는 쿼드가 대중 봉쇄의 기제로 인식되는 것에 부담이 있다. 이와 같은 미묘한 견해차로 인해 지난해 10월 도쿄에서 개최된 장관급 회의를 포함해 2017년 11월 이후 개최된 10번의 협의에서 아직 한 번도 공동선언문이 채택되지 못했다. 최근 인도와 호주에서 중국 위협론이 역대 최고로 고조돼 있지만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쿼드 국가가 아닌 역내 국가도 쿼드가 중국 봉쇄를 위한 수단으로 봉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선택의 딜레마가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쿼드가 중국 견제를 위한 수단일지라도 2007년 좌초의 전철을 밟지 않고 쿼드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중국 견제의 색채를 가능한 한 옅게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쿼드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쿼드 국가가 쿼드를 유지하려는 이유는 자명하다. 쿼드가 비전통 안보를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4국이 협력의 경험과 신뢰를 축적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적된 협력의 경험과 신뢰는 필요하다면 중국 견제와 같은 전통 안보 의제를 위한 협력에 빠르게 전용될 수 있다.

쿼드는 이미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뿐만 아니라 역내 인프라 투자와 해양 능력 배양, 해양 안보, 보건과 방역 등 다양한 비전통 안보 영역에서 4국의 정책을 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쿼드 플러스’도 다양한 이슈 영역에서 복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통 안보 의제에 대응한다는 명분 아래 ‘쿼드 플러스’가 결성되면 플러스 대상 국가의 참여 부담도 경감된다.

그런데 쿼드 플러스는 쿼드 4국 모두의 협의에 타 국가가 참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쿼드가 다루고 있는 주요한 이슈 영역에서 쿼드 국가 일부와 타 국가가 협력하는 것도 쿼드 플러스로 볼 수 있다. 일례로 미국 일본 호주가 2018년에 결성한 ‘삼자 인프라 투자 펀드’에 특정 국가가 참여한다면 인도의 참여가 없더라도 인프라 투자 영역에서의 쿼드 플러스인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이슈 영역과 국가 조합을 고려할 때 쿼드 플러스는 단수가 아닌 복수로 전개될 것이다. 일부에서 쿼드를 하나의 제도화된 협의체로 상정하고 쿼드 플러스를 특정 국가가 쿼드에 ‘가입’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는 옳지 않다.

○ 다양한 쿼드 플러스에 선택적 참여

쿼드의 위상이 강화되고 쿼드의 외연 확장 논의가 본격화되어 감에 따라 우리의 쿼드 플러스 참여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우리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쿼드 4국, 베트남, 뉴질랜드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차관급 화상 협의를 전개해오고 있다. 그런데 같은 해 8월 당시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었던 스티븐 비건은 이 협의를 굳이 쿼드 플러스로 지칭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 협의체가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개한 다양한 국제협의 중 하나로 쿼드 플러스와 무관한 7개국 간 모임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우리 정부는 반중 전선에 참여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쿼드 플러스’ 참여를 유보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다양한 이슈 영역에서 다양한 국가 조합의 쿼드 플러스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바 우리도 이제는 쿼드 플러스 참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쿼드 플러스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먼저 말라바르 군사훈련 참여국 확장, 인·태 지역 신속기동군 창설, 인·태 헌장 채택 등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것이 명확해 보이는 쿼드 플러스가 추진된다면 참여에 신중해야 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거나 남중국해에서 미중 국지전이 벌어지지 않는 한 다수의 역내 국가가 참여에 유보적일 것이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타 국가와 공동 보조를 맞추어 가면서 전략적으로 참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인프라 투자나 방산 수출을 조율하기 위한 쿼드 플러스는 우리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비전통 안보 이슈를 매개로 하는 쿼드 플러스는 중견국으로 역내 비전통 안보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대의명분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쿼드 플러스는 중국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쿼드나 쿼드 플러스도 역내의 많은 안보 기제 중 하나일 뿐이다. 중국도 러시아, 인도와 3자 협의를 전개하고 있고, 러시아, 이란과 3자 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아세안+3에 우리는 중국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쿼드 플러스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쿼드 플러스에 참여하면서 이를 쿼드 플러스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도 없다.

박재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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