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서울 옛길2
[경향신문]
이한구의 서울 옛길 작업에서는 서울의 역사와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오래 함께 있다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서울 역시 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감각해질 수도 있겠지만, 오랜만에 찾는 사람들에겐 더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서울에 한 번 다녀오면 그 번잡함에 기가 빠져서 ‘숨이 막히는 곳’이라고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다. 나도 한때 서울에 살 때는 ‘탈서울’을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한강 다리를 건너는 동안 이렇게 푸르고 도도한 강이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더구나 도심 한가운데 우뚝 솟은 북악산·인왕산의 자태는 고도 600년의 자부심까지 느끼게 한다. 세계 어느 나라 수도가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단아하고 간결한 자태를 지닌 산을 배경으로 할 수 있겠는가. 강남의 높은 빌딩이나 번화가를 자본주의 시대에 걸맞은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할 때 서울 도심의 단아한 자존심까지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한구는 서울 옛길 작업에서 북영천길을 찾아가는 중에 창덕궁 돈화문 정면에 서게 되었다. 돈화문 뒤로는 북한산 보현봉과 그 자락이 창덕궁을 감싸고 있다. 우리는 매일 지나쳐가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우리나라 수도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결기가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 수차례 외적의 침범에도 살아남고, 좌우의 피비린내 나는 이념과 정치 싸움에서도 결국 평정을 되찾는 대한민국의 수도인 것이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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