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美 정치 양극화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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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진정한 상징은 흰머리독수리가 아니라 진자라고 어느 위인이 말했다. 진자는 한 방향으로 너무 멀리 움직이면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지금 미국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이 2017년 2월 영국 BBC방송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이다.
4년이 흐른 지금, 그의 말대로 미국 사회의 진자는 되돌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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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진정한 상징은 흰머리독수리가 아니라 진자라고 어느 위인이 말했다. 진자는 한 방향으로 너무 멀리 움직이면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지금 미국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열렸고, 그는 속전속결로 트럼프의 흔적을 지워나갔다. 하지만 이걸로 진자가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1990년 이후 미국 대통령 지지율에는 어떤 흐름이 보인다. 빌 클린턴(민주) 재임 기간(1993∼2001년) 민주·공화당 지지자들 간 대통령 지지율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임기 초 그의 지지율이 30%대까지 내려갔을 때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20% 이상이 그를 지지했고, 그의 인기가 70% 수준으로 고공행진한 1990년대 말에도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지지율은 대체로 80%대에 머물렀다. 진자가 너무 멀리 가지 않고 좌우를 오갔다.
그런데 조지 W 부시 대통령(공화, 2001∼2009년) 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부시 행정부 1기에선 9·11테러 등 여파로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의 대통령 지지율이 30∼80%에 이르지만, 2기 행정부부터는 10% 안팎으로 떨어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민주, 2009∼2017년)도 취임 첫 반년을 빼면 7년 반 동안 공화당 지지자로부터 20% 이상 지지를 받지 못한다. 임기 마지막 주 양당 유권자가 그에게 보낸 지지율은 각각 14% 대 95%로 벌어졌다.
트럼프 재임 기간에는 지지율 고착화가 더 두드러진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민주당 지지자로부터 15%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반면 공화당 유권자는 늘 80∼90%의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줬다.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다르지 않다. 취임 후 지난 2일까지 양당 지지자 간 대통령 지지율 격차는 87%포인트였다. 트럼프 취임 초(76%포인트)보다 더 벌어졌다. 진자는 진동하는 대신 양 극단을 점프하는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우리 사회도 정치이념 양극화의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다. 어쨌든 상대편은 안 된다는 배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이 우리 사회의 진자를 망가트리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할 때다.
윤지로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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