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美 정치 양극화의 경고

윤지로 2021. 2. 1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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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진정한 상징은 흰머리독수리가 아니라 진자라고 어느 위인이 말했다. 진자는 한 방향으로 너무 멀리 움직이면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지금 미국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이 2017년 2월 영국 BBC방송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이다.

4년이 흐른 지금, 그의 말대로 미국 사회의 진자는 되돌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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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진정한 상징은 흰머리독수리가 아니라 진자라고 어느 위인이 말했다. 진자는 한 방향으로 너무 멀리 움직이면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지금 미국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이 2017년 2월 영국 BBC방송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쯤 됐을 때다. 4년이 흐른 지금, 그의 말대로 미국 사회의 진자는 되돌아왔을까.
윤지로 국제부 차장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념 양극화가 곪을 대로 곪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었다. 유례없는 혼전 같았던 개표 초반,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마치 힙합 서바이벌 프로의 래퍼처럼 수많은 관중과 시청자 앞에서 서로 자신의 승리를 주장했다. 바이든이 승기를 굳힌 뒤에도 ‘MC트럼프’는 선거 사기, 개표 부정, 도둑맞은 선거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극우 스웨그’를 이어갔다. 급기야 지난달 6일 그의 열혈 지지자들은 의사당에 난입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열렸고, 그는 속전속결로 트럼프의 흔적을 지워나갔다. 하지만 이걸로 진자가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1990년 이후 미국 대통령 지지율에는 어떤 흐름이 보인다. 빌 클린턴(민주) 재임 기간(1993∼2001년) 민주·공화당 지지자들 간 대통령 지지율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임기 초 그의 지지율이 30%대까지 내려갔을 때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20% 이상이 그를 지지했고, 그의 인기가 70% 수준으로 고공행진한 1990년대 말에도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지지율은 대체로 80%대에 머물렀다. 진자가 너무 멀리 가지 않고 좌우를 오갔다.

그런데 조지 W 부시 대통령(공화, 2001∼2009년) 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부시 행정부 1기에선 9·11테러 등 여파로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의 대통령 지지율이 30∼80%에 이르지만, 2기 행정부부터는 10% 안팎으로 떨어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민주, 2009∼2017년)도 취임 첫 반년을 빼면 7년 반 동안 공화당 지지자로부터 20% 이상 지지를 받지 못한다. 임기 마지막 주 양당 유권자가 그에게 보낸 지지율은 각각 14% 대 95%로 벌어졌다.

트럼프 재임 기간에는 지지율 고착화가 더 두드러진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민주당 지지자로부터 15%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반면 공화당 유권자는 늘 80∼90%의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줬다.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다르지 않다. 취임 후 지난 2일까지 양당 지지자 간 대통령 지지율 격차는 87%포인트였다. 트럼프 취임 초(76%포인트)보다 더 벌어졌다. 진자는 진동하는 대신 양 극단을 점프하는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우리 사회도 정치이념 양극화의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다. 어쨌든 상대편은 안 된다는 배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이 우리 사회의 진자를 망가트리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할 때다.

윤지로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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