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남북관계 공전하는 까닭은

남상훈 2021. 2. 1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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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한반도 비핵화' 동상이몽
北, 민족 앞세워 경제 지원 목적
우리정부 '평화·북핵' 병행 추진
북핵 해결없인 관계발전 요원

남북 경색 국면이 오래 이어지고 있다. 2019년 2월 말 하노이 노딜 이후 중단된 남북대화는 언제 재개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지난해 6월 북한에 의해 단절된 남북 간 모든 연락 채널은 아직 복원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차 당 대회에서 ‘한미 연합연습의 중단’과 ‘첨단무기 도입의 중지’를 남북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3월 중순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 연습이 진행된다. 북한이 이에 반발하여 무력도발에 나선다면 남북대화는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2018년 김정은이 육성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사변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했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공들여온 문재인정부와 의기투합하면서 그해에만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던 남북관계가 이처럼 공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상이몽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인식이나 목표, 방법 등에서 남북 사이에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이 염두에 둔 ‘남북관계 발전’이란 기본적으로 자기들이 개발한 핵은 놓아두고 남측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동안 북한은 핵 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사안이라면서 남북협상에서는 얘기조차 꺼내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아왔다. 그래서 4·27 판문점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포함되도록 합의했을 때 우리 정부는 큰 성과로 자랑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합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핵화는 누가 한다는 것인지 언제까지 한다는 것인지 주체와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 여기에 더해 북핵 관련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우리에게 외세 공조와 제재 공조 전선에서 이탈하여 민족의 이익을 우선하라고 강요하면서 한·미 연합연습의 중단도 요구한다. 이는 결국 한·미 공조를 이간하고 동맹을 약화해 그들의 대남적화전략 목표 달성에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 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자기들의 통일전선전술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속내도 있다. 지난해 김여정이 마치 남북관계의 경색이 대북전단에서 비롯된 것처럼 문제를 제기하여 우리 내부 여론을 분열시키고 국제사회에서 우리 정부 입장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였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반면,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남북관계 발전’이란 북한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선순환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즉,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병행추진 정책이다.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남북 간 군사적으로 긴장이 완화되면 북한이 핵을 개발할 명분과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설령 북한 핵 문제가 별 진전이 없더라도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 남북관계가 발전된다면 북한이 비록 핵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 2018년 3월 우리 특사 방북 시 김정은이 “남측을 향해서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전언한 바 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가 발전된다면 북한을 변화시키고 문을 여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처럼 남과 북 공히 ‘남북관계 발전’이라고 말하면서도 각기 다른 꿈을 꾸고 있기에 그동안 정상들이 여러 번 만나고 합의를 해도 별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남북관계 경색의 근본 원인은 ‘북한 핵’이다. 핵 문제 진전이 없기에 남북관계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북핵 문제를 그대로 두고는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는 물론, 제대로 된 남북관계의 발전 또한 기대할 수 없다. 북핵 위협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미 연합연습 재개 결정은 잘한 일이다. 지금 북한은 최악의 경제 상황이다. 핵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자력갱생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우리 정부는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와 대북 공동인식과 긴밀한 대북공조로 북핵 포기 유도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남북관계도 발전할 수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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