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땔감 쓸 판, 가스버너로 견뎌".. 최강한파 텍사스 생존 투쟁기
30년 만에 최저 기온을 기록하는 등 최강 한파가 덮친 미국 텍사스주 주민들의 ‘생존 투쟁기’가 현지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주민들은 정전 사태로 난방이 불가능해지자 촛불과 벽난로를 임시방편으로 사용했다. 차에 시동을 걸어 휴대폰과 배터리를 충전하기도 했다.
17일(현지 시각) CNN, 월스트리트저널, 텍사스트리뷴 등 외신들은 휴대폰 문자 등을 통해 전달받은 텍사스 주민들의 상황을 보도했다.
텍사스주 율리스에 사는 티머시 윌시 부부와 7살 아들은 사흘 동안 전기가 끊기면서 큰 고통을 겪었다. 냉기가 가득한 집안의 유일한 난방 수단은 손을 잠시 녹일 수 있는 촛불이 유일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지냈다. 휴대폰 등의 충전은 차에 시동을 걸어 해결했다.
정전이 되면서는 음식을 요리할 방법도 없었다. 육포와 과자, 물로 허기를 달랬다. 윌시는 CNN에 “식당이 빨리 열렸으면 한다.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다”며 “손이 시려 (휴대폰) 타자 치기가 힘들다”는 문자를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텍사스주 오스틴발(發) 기사에서 샤를렌 브루스터 가족의 사연을 소개했다. 1세, 3세인 그녀의 아들들은 4개의 가스버너 앞에 모여 앉았다. 그 옆을 여섯살 난 그들의 사촌이 지키고 있었다.
브루스터는 “아파트에서 가스버너로 난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손 소독제가 추위를 막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오스틴에 사는 데일런 쿡은 도자기 냄비 안에 손 세정제와 휘발유를 넣고 불을 지폈다.
오스틴 당국은 주민들에게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라지만, 위험한 조치는 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스틴에서는 이틀 반나절 동안 최소 63건의 일산화탄소 노출 사고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집안의 기물을 태운 경우도 있었다. 두 아들을 둔 브리아나 블레이크는 오하이오주에 살다가 지난 여름 코로나로 남편이 해고된 후 텍사스주로 이사왔다. 새 보금자리에서 재기를 꿈꾸던 가족을 한파가 덮쳤다. 블레이크 가족은 벽난로를 이용해 버텼다.
하지만 새벽 3시쯤 마지막 장작의 불이 꺼졌다. 블레이크는 벽에 걸린 캔버스 액자를 떼서 태웠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블레이크는 텍사스트리뷴에 “학교 다닐 때 대공황 당시 따뜻하게 지내기 위해 돈을 태우는 사진을 본 기억이 있다”며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면, 400달러를 태우고 싶다”고 했다. 400달러는 그가 매달 평균적으로 내는 전기료다.
그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인데, 그것조차 못 해주고 있다”며 “전기 없이 또 다시 밤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공포스럽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대규모 정전 사태는 의료기기를 충전해야 하는 이들에게 특히 위협적이었다고 텍사스트리뷴은 지적했다. 텍사스주 리처드슨에 사는 애슐린 호프너는 오전 4시 30분쯤 긴급 구조 요청을 했다. 가족의 산소공급 장치에 배터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전 직후 전력 회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견디다 못해 911에 연락한 것이다.
호프너는 출동한 긴급구조 요원들을 맞이하기 위해 손전등을 이용했다. 아파트 복도가 컴컴했기 때문이다. 호프너의 가족은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져 투석 치료 등을 받았다. 호프너는 “정전은 눈보라의 ‘한가운데’에서 장애인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 생각지도 못한 상태에서 발생했다”며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우리는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이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호흡기 장애를 가진 아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연도 소개됐다. 샌안토니오에 거주하는 존 헨더슨의 아내는 평소 산소공급 의료기기를 사용하는데, 정전으로 먹통이 됐다. 그의 아내는 임시방편으로 24시간 분량의 휴대용 산소 탱크를 썼다. 휴대용 탱크의 산소가 모두 소진되면 헨더슨이 소방서에 들러 채우는 일을 반복했다. 그의 가족도 한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들은 외풍을 피하기 위해 창문을 담요로 막았고, 식사는 샌드위치와 핫도그로 했다.
차량에서 쪽잠을 잔 경우도 있었다. 샌안토니오 주민 조던 오르타는 실내 난방이 되지 않자 차량을 선택했다. 두 살 아들이 추위에 떠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오르타는 단수가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 식료품점에 들렀지만, 식수가 다 팔렸다고 한다. 그는 단수에 대비해 욕조와 플라스틱 대야에 물을 받아놨다.
수도 공급이 끊긴 애벌린 지역의 맥머리 대학은 화장실 용변기에 필요한 물을 채우기 위해 캠퍼스 내 수영장 물을 끌어다 썼다. 이걸로도 모자라자 쌓인 눈까지 동원했다. 대학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수영장 물로 용변기 물을 채우고, 녹은 눈을 예비로 사용하는 등 임시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어빙에 사는 킴벌리 햄튼 가족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정전으로 인해 실내 온도가 2도까지 떨어지자 인근 매장에서 벽난로용 땔감을 공수해 하룻밤을 버텼다. 햄튼은 “장작이 다 떨어져 가는데 이제 가까운 매장에서 구할 수도 없다”며 “아이들은 옷을 세 벌 껴입었고, 가족들끼리 부둥켜안고 체온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텍사스주의 한 건물에서는 천장 선풍기에 고드름이 달린 모습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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