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추행' 배우 겸 교수 김태훈 징역 1년4개월 '법정구속'..法 "3년간 2차 가해 더 끔찍"
김태훈 "엇갈린 진술 왜 피해자만 인정하느냐" 반발
논문 지도를 하던 대학원생 제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이자 전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인 김태훈(55·사진)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 단독 신진화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김태훈에게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복지시설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자리에서 “피해자 진술에서 모순된 내용이나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한 지점은 보이지 않고 문제 제기과정 등도 충분히 수긍이 된다”며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가까이 혐의를 둘러싼 쟁점들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은 6년 전 일어나 사건은 간단하지만 다투고 있는 쟁점은 매우 많고 피고인은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앞서 김태훈은 2015년 2월26일 새벽 함께 술은 마신 뒤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본인의 차에서 졸업 논문을 준비하던 제자의 신체를 동의 없이 만진 혐의로 2019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피해자는 권력과 지위를 악용한 성폭력·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이른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창이던 2018년 용기를 내 “3년 전 김 교수에게 차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고 논문심사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언론을 통해 알렸다.
김태훈은 이에 맞서 다른 여성이 본인을 상대로 제기한 1차 미투 내용을 듣고 배신감이 들어 피해자가 미투를 제기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자신과 피해자는 여러 차례 만나 이성적 감정을 교환한 특별한 관계였으며, 다른 세종대 교수들이 피해자를 부추겨 이른바 2차 미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은 사건 발생일을 2015년 4월로 기억한다는 점 등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피해자와 술을 마시고 함께 차를 타고 귀가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강제 추행은 없었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김태훈의 주장보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자신의 알리바이 등을 만들기 위해 김태훈이 허위 대리기사를 증인으로 내세우고 주점 주인을 시켜 장부 내용을 지어내는 등 증거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김태훈은 승용차 앞좌석에 앉아 있었던 만큼 뒷좌석에 앉은 피해자를 추행하기는 힘들었고, 추행을 했다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 대리기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만남 자체가 남들과 특별한 사이였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며 “대화를 나누고 있던 상황에서 피해자가 뒷좌석에 깊숙이 앉았을 리는 없고, 그런 상황에서 몸 돌려 이야기하면서 무방비 상태로 있던 사람을 추행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김태훈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대학원 석사과정 논문 지도교수인 피해자는 첫 상담 후 제자를 강제 추행했다”며 “강제추행의 내용과 정도도 심각하지만, 선고 전까지 약 3년간 벌어진 피해자에 대한 일련의 2차 가해들이 더 끔찍하다”며 일갈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근거도 없이 무책임하게 미투 운동에 편승한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노골적으로 주변 지인들의 진술을 유리하게 조작하고, 대리기사와 주점 주인 등을 내세워 거짓 증거를 생산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결국 피고인과 피해자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이 사건 판단에서 피고인의 주장 합리성과 진술 신빙성은 크게 떨어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태훈은 법정구속이 결정되자 탁자에 양손을 짚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2018년 기준으로도 3년 반 전 일로 한 달 전 일도 기억 못 하는데, 서로 진술이 엇갈릴 때 왜 피해자의 진술만 인정하느냐”며 “이 결정이 판사님의 삶에 오류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나아가 “판사님의 판단이 정말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라며 “이 판단이 한 가정을 망가뜨린다”고도 반발했다. 방청한 김씨 가족들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며 눈물을 터뜨렸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사진=액터컴퍼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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