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쓰레기를 예술로.."다음 세대를 위해"
[KBS 전주]
[앵커]
전북 문화예술인들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듣는 <문화 K> 시간입니다.
오늘은 다음 세대를 위해 쓰레기를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작가들을 이화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연분홍 모란향에 취한 듯 나비가 날갯짓을 합니다.
바람보다 가벼운 민들레 씨는 자유롭게 하늘을 납니다.
모두 바닷가에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든 겁니다.
스스로를 환경작가라고 부르는 김덕신 씨.
10년 전 군산 비안도 초등학교에서 미술 강사를 하면서 해양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김덕신/환경작가 : "쓰레기들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그걸 그냥 간과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그걸 주워오다 보니까 작품에까지 이르게 된 거예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오염도 줄이려고 쓰레기의 색과 글자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김덕신/환경작가 : "물감으로 다시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그 아크릴 물감도 제 2의 오염물질이 되더라고요."]
작품에 쓰고 남은 재료는 또 다른 작품 소재입니다.
[김덕신/환경작가 : "제가 이런 작품을 하면서 사용하고 남은 찌꺼기들이에요. 찌꺼기 비닐이에요. 그것들까지도 버리지 않고 모았는데..."]
돈도 되지 않고, 관심도 덜한 '정크 아트'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김덕신/환경작가 : "툰 베리라는 환경운동가, 17세 소녀의 메시지 때문인데요. 지금의 기후변화 어른들 책임이다라고 하는 강한 메시지를 줬거든요. 그 소리에 저는 진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망가진 그물과 밧줄, 낚시 도구가 가득한 곳. 김덕신 작가의 작업실입니다.
환경작가라는 길. 때론 힘들고 외롭지만 이젠 그만둘 수 없게 됐습니다.
[김덕신/환경작가 :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많은 사람에게 일단 감성을 자극해주고 그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환경운동은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찌그러지고 녹슨 부품이 잔뜩 쌓여 있는 자동차 정비소.
사무실로 들어가 보니 작은 미술관 같습니다.
정비소 주인 강래구 씨가 못 쓰게 된 자동차 부품으로 만든 것들입니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지금은 또 다른 직업이 됐습니다.
[강래구/'정크아트' 작가 : "무주라는 곳은 자연하고 환경을 굉장히 중시하거든요. 저도 제 직업에 대해서 만큼은 환경을 보존하고 살리고 싶어서 만들게 된 거죠."]
집 근처 미술관에서도 강 씨의 작품이 있습니다.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이 대략 2만 개. 작품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제값 받고 팔지는 못해도 보람을 느낀다는 강 씨.
[강래구/'정크아트' 작가 : "버려지는 고철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졌다고 주위에서 보기 때문에 그런 칭찬도 듣고, 환경 관련 응원도 많이 해주니까. 그래서 그게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쓰레기를 예술로 만드는 사람들.
쓸모없고 버려진 것들에 정성 들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이유는.
다음 세대를 위해섭니다.
[강래구/정크아트 작가 : "이런 거 보면서. 실생활에 쓰는 거 소중히 쓰고 함부로 버리지 말고 굳이 버리고 싶다면 아무 곳에나 버리지 말고 항상 환경을 소중히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덕신/환경작가 : "내가 누렸던 자연환경, 아름다움 그런 감성들을 우리 후배들이, 후손들이 끝까지 죽을 때까지 나처럼 누리고 살기를 원해요."]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촬영:VJ 이현권/편집:공재성
이화연 기자 ( ye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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