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 허락 없이 80년 된 향나무 120여 그루 싹둑..대전시 사과
[KBS 대전]
[앵커]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사 내에 정부 공모사업의 공간을 조성한다며 지난해부터 공사를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현 소유주인 충청남도와 오는 7월 소유권을 넘겨받는 문체부와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고 수십년된 향나무 120여 그루를 임의로 베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충청남도와 문체부가 공사중지와 원상복구를 요구했고, 대전시는 뒤늦게 공식 사과했습니다.
조정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옛 충남도청사 울타리를 둘러싸고 있던 70~80년 된 향나무.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170여 그루가 몽땅 사라졌습니다.
128그루는 밑동만 남은 채 싹둑 베어졌고, 44그루는 딴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대전시가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소통협력 공간' 조성을 한다며 지난해 6월 향나무를 폐기하거나 이식한 겁니다.
문제는 옛 충남도청사의 현 소유주인 충남도와 오는 7월 소유권을 넘겨받게 될 문체부와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소유주의 허락 없이 대전시가 제멋대로 훼손한 격입니다.
뒤늦게 이를 안 문체부가 공사 중단을, 충남도가 원상회복을 요구하자 대전시는 공식 사과했습니다.
[이규원/대전시 시민공동체국장 : "(도청에서)앞으로는 문광부(문체부)로 소유권이 넘어가니까 그쪽하고 협의하라고 해서 구두로 협의했는데 문서처리 부분이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빚어진 데는 시민단체 출신의 외부 개방형으로 임용된 담당 공무원의 행정 미숙이 컸습니다.
본인이 몸담은 시민단체의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담장을 허무는 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입니다.
[강영희/대전시 지역공동체과장 : "제가 이번 기회를 통해서 행정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됐고요, 앞으로 훨씬 더 철저하게 행정적 마인드로 접근해야겠구나 반성이 있습니다."]
대전시는 논란이 커지자 감사위원회를 열어 위법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지만, 새로 부임할 신임 감사위원장마저 당시 해당 사업을 결정한 관리 책임자로 알려지면서 위원장에서 제척되고 오히려 감사를 받게 됐습니다.
KBS 뉴스 조정아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
조정아 기자 (righ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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