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로 일본·미국 정제설비 스톱..정유사들, 반사 이익에 적자 탈출 '기대'

정환보 기자 2021. 2. 1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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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배럴당 2.1달러까지 상승

[경향신문]

지난해 5조원대의 적자를 본 국내 정유업계가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최근 일본을 강타한 지진과 미국에 불어닥친 기록적인 한파 등 자연재해로 인한 석유제품 공급 차질로 정제마진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달러대를 기록하며 간혹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정제마진은 지난 16일 배럴당 2.1달러까지 상승했다.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등 비용을 뺀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다. 지난해 하반기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의 손실이 메워지지 않은 것도 정제마진이 개선되지 않은 탓이 컸다. 업계에서는 통상 배럴당 4달러 이상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인해 조금씩 개선되던 정제마진은 최근 미국과 일본발 공급 차질 문제로 반등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지난 13일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으로 인해 석유회사 ENEOS의 센다이와 도쿄만의 정제설비가 멈춰섰다. 재가동에는 2~3주가 걸리는데, 여진 우려가 있어 완전 재가동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난방유로 등유를 주로 사용하는 일본의 유류 수요는 계속 높은 상태여서 정제마진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이상한파도 정제마진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한파로 인한 정전 등으로 이번주 초부터 모티바, 엑손모빌 등에서 400만배럴 규모의 정제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대규모 정유·화학 설비가 집중돼 있는 텍사스주는 미국 정제유 생산량의 약 21%를 공급한다. 국제유가는 연일 1%대의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8% 오른 61.1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수송용·산업용 수요 급감과 기록적인 저유가, 정제마진 악화 등 ‘삼중고’를 겪었다면, 올해는 연초부터 이들 악재가 걷히기 시작하면서 실적 회복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발 석유제품 공급 차질은 단기적인 수급 문제이지만, 이를 신호탄으로 정제마진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특별 감산과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이르면 1분기부터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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