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위안부 망언' 비판 확산..하버드대 교수들도 나섰다
한인단체도 청원..안창호 선생 손자는 '자료 기증 협상' 중단
[경향신문]
한국과 일본 역사를 전공한 하버드대 교수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같은 하버드대 동료 교수들도 “학문적 진실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램지어 교수에 대한 미국 한인 사회의 분노도 확산되고 있다. 한인 단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를 요구하는 국제 청원운동에 가세하는 한편 위안부 기림비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손자도 하버드대에 강력 항의하고 역사자료 기증 협의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7일(현지시간)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는 성명을 내고 국제법경제리뷰라는 학술지 3월호에 실릴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커트 교수는 한국사, 고든 교수는 일본 근대사가 주전공이다. 램지어 교수는 이 논문에서 위안부를 자발적인 매춘부로 규정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게임이론의 틀로 설명해 논란이 됐다.
이들은 학술지 편집장의 요청으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검토하면서 인용문을 추적해본 결과,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와 모집책·위안소가 체결한 실제 계약을 단 한 건도 확인해보지 않은 채 논문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떻게 읽지도 않은 계약에 대해 극히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믿을 만한 주장들을 만들어냈는지 알 수 없다”면서 “학문적 진실성을 해치는 지독히 폭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문서화된 제3자의 진술이나 구술증언 등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학술지에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결과에 따라 게재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동북부 한인회연합회도 이날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 논문 철회 촉구 청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청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쟁이라는 엄혹한 시기 여성에게 자행된 지독한 인권 유린이자 무자비한 성폭력”이라며 “램지어 교수는 지금이라도 왜곡된 논문을 철회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날 오후 뉴저지주 클리프사이드파크 인근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33개 한인단체 역시 성명을 내고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여성 인권에 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손자인 필립 안 커디는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차원에서 역사자료 기증 협의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커디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역사자료를 하버드대에 기증하는 방안을 두고 그간 협상을 진행해 왔다.
커디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램지어 교수가 학술적 자유라는 허울 뒤에 숨어 그처럼 뚜렷하게 잘못된 의견을 토해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보면 하버드대는 우리 사료를 보관할 장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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