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겨울수영? 근무자들은 무엇을? 배수로는 누가?
[경향신문]
20대 초반의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지역으로 헤엄쳐 왔다는 합동참모본부 발표가 여러 의문점들을 낳고 있다. 합참은 18일에도 조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CCTV 경보
북한 남성은 해안에 오른 이후 16일 오전 1시20분쯤부터 군 폐쇄회로(CC)TV에 최소 3차례 이상 찍혔지만, 해당 부대에서는 놓쳤다. 군 과학화경계시스템 장비는 CCTV에 움직이는 물체가 포착되면 소초(소대본부) 상황실 컴퓨터 모니터에 경보음과 함께 경광등이 켜지도록 설계됐다. 알람이 울리면 소초에서 바로 상부에 보고하고, 이상 여부를 살펴 5분대기조를 출동시켜야 한다.
합참 관계자는 “해안경계부대 CCTV는 해상 부유물의 움직임과 높이 치는 파도에도 경보음이 울리는 경우가 잦다”며 “수시로 울리는 경보음에 둔감해진 근무자들이 CCTV 신호를 무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과학화시스템은 보조수단이고 운용하는 사람에게 성패가 달려 있다”며 “엄정한 작전 기강 수립과 매너리즘 타파 등에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6시간 수영
서 장관은 북한 남성이 6시간가량 잠수와 헤엄을 반복하면서 넘어왔다고 밝혔다. 16일 동해 해수 온도는 약 8도였고,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파도가 높았다. 6시간가량을 버티고 10여㎞를 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 장관도 “최초 가진 데이터로는 그 수온에서 수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약간 방수복처럼 일체형으로 된 옷에, 그 안에 완전히 물이 스며들지 않게 옷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미 해군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방수복을 착용해도 해수 온도 8도에서는 생존 가능 시간이 2시간15분이다.
군 관계자는 “드라이슈트(방수 잠수복) 안에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체온만 유지한다면 해수 온도 8도에서도 생존 가능 시간은 제한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6시간을 수영했다는 것은 북한 남성의 일방적 진술이어서 검증이 필요하고,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 남성이 오리발을 착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시간 정도면 충분히 10㎞를 헤엄칠 수 있다는 게 합참 판단이다.
북한 남성이 통과한 철책 하단 배수로의 차단막이 훼손된 경위도 의문이다. 군은 작년 7월 인천 강화도에서 20대 탈북민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 이후 해안 철책 인근 배수로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2사단 딜레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산악과 해안 지역을 동시에 관할하는 유일의 부대다. 최동북단 경계지역도 내륙이 약 30㎞, 해안이 약 70㎞로 도합 100㎞나 된다. 다른 전방지역 사단의 경계범위가 25~40㎞ 정도임을 감안하면 최대 4배 더 길어 경계근무의 어려움이 항상 제기되는 부대다. 경계가 뚫린 여단은 철책이 강원 산악지역에서 시작해 동해 해안을 따라 ㄱ자로 내려오는 형태여서 작전환경이 특수하다. 서 장관은 “22사단이 철책과 해안을 동시 경계해야 하고, 작전 자연환경에 어려움이 있다”며 “그 사단만 정밀 진단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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