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경력대등재판부 총 3곳으로.."인사 물타기" "개혁"
부장들로 구성돼 수평적 논의 가능..사법개혁 차원 긍정 평가
김미리 유임 이동 원칙 깬 곳 포함..대법원장 "여러 요소 고려"
[경향신문]
서울중앙지법이 형사합의부 중 1곳이던 ‘경력대등재판부’(대등부)를 3곳으로 확대한다. 대등부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사법개혁의 차원으로 풀이될 수 있지만, 최근 법관 인사 논란을 무마하기 위한 물타기 조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등 인사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위원회는 18일 형사합의21부와 35부를 대등부로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다. 김미리 부장판사가 속한 형사합의21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과 울산 선거개입 사건을, 박남천 부장판사가 속한 형사합의35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 중이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을 선고한 형사합의25부만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된 대등부로 운영했다.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경력이 낮은 2명의 판사가 배석판사를 맡는 합의부는 부장판사 의견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부장판사들로만 구성된 대등부는 수평적 관계에서 논의하기 때문에 판결에 대해 실질적 합의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등부 확대 자체만 놓고 보면 사법개혁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대등부로 추가 지정된 재판부가 ‘무원칙 인사’ 논란이 불거진 곳이라는 점이다. 형사합의21부와 35부는 이달 초 법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에서 3년 근무하면 다른 법원으로 이동한다는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았다. 형사합의21부에는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가 그대로 남게 됐고, 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가 새롭게 합류했다. 형사합의35부는 재판장이었던 박남천 부장판사가 이동하고, 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로 새롭게 구성됐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심리했던 윤종섭 부장판사, 김용신·송인석 판사는 형사합의32·36부에 그대로 남았다.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3년 근무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3년 넘게 근무한 김미리 부장판사와 윤종섭 부장판사만 유임됐다. 김 부장판사는 울산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1년간 공판준비기일만 5차례 여는 등 사건을 거의 진행하지 않았는데도 유임돼 의구심을 낳았다. 같은 사법농단 사건이지만 윤 부장판사는 남는 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했던 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동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법원 일각에서는 현 정부나 사법농단 관련 사건을 심리하는 일부 재판장의 3년 근무 후 유임 논란이 일자, 재판장 1인의 뜻이 판결에 관철되지 못하는 대등부 지정을 통해 인사 비판 여론을 ‘물타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재판개입 소지까지 거론됐다. A부장판사는 “울산 사건은 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여권에 유리하도록) 대선 후까지 질질 끄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1년간 공판준비절차만 계속 진행해왔던 김미리 부장판사한테 사건을 계속 맡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B부장판사는 “윤종섭 부장판사가 (임종헌 전 처장에게) 유죄를 선고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박남천 부장판사는 내보내고) 윤 부장판사만 남기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남천 부장판사는 지난해 사법농단에 연루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C부장판사는 “김미리 부장판사가 남은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물타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D부장판사는 “인사 문제로 논란이 된 재판부를 대등부로 구성해 논란을 피해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대법원을 항의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여러 요소를 살펴서 인사를 하는 것이며 일일이 만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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