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서 청와대까지 380km 도보행진 나선 '코로나 유족'..왜?
암 투병 중 아버지 "억울한 희생자 없게 공공의료 강화" 요구
[경향신문]
지난해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숨진 정유엽군(당시 17세)의 유족이 공공의료체계 강화 등을 요구하 며 청와대까지 도보행진에 나선다.
대구·경북 노동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는 정군의 아버지 정성재씨(54)가 오는 22일 경북 경산에서 출발해 청와대까지 약 380㎞ 구간을 걸을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정씨는 다음달 17일 오전 10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보행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행진 종료 다음날에는 경산에서 정군 사망 1주기 추모제가 열린다.
정씨는 이틀간 휴식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16~20㎞를 걷는 강행군을 이어갈 예정이다.
직장암 3기인 정씨는 1년여 전 항암치료를 받은 이후 손발저림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책위 관계자 1명이 도보행진을 함께한다. 또 주요 구간마다 다른 동행자가 정씨의 곁에서 함께 걷는다.
대책위는 이 도보행진의 주제를 ‘정유엽과 내딛는 공공의료 한 걸음 더’로 정했다.
행진을 통해 정군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공공의료체계 강화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도 벌인다는 게 대책위의 구상이다.
정유엽군은 지난해 3월18일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급성 폐렴으로 숨졌다. 정군은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 증세를 보여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면서 민간병원에서의 입원과 치료가 늦어졌고, 코로나19 검사만 13번 받다가 사망했다. 이후 의료계는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제때 하지 못해 정군이 사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야 했던 근본적 원인은 공공의료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데 있다”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공공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전담 병원과 컨트롤타워 등이 마련돼야 아들과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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