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출입금지' 문구.."혐오가 더 무섭다"
[뉴스데스크] ◀ 기자 ▶
그런데, 공포의 대상은 코로나 뿐이 아니었습니다.
1차 대유행의 중심에 '신천지'라는 종교단체가 등장하면서, 끓어오른 혐오와 차별이 대구로 쏟아졌던 겁니다.
이어서 양관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대구에 사는 서창호 씨는 지난해 5월, 충주의 한 음식점에 들렀습니다.
입구에 대구경북 주민은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내걸렸습니다.
씁쓸했지만, 감내했습니다.
[서창호/인권운동연대 활동가] "규모가 큰 식당이었고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었는데 대단히 불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했습니다."
인권운동가로 활동해온 서 씨는 그때부터 사례를 모았습니다.
[서창호/인권운동연대 활동가] "서울 모 병원에 출산을 하기 위해서 갔었는데 (출산 뒤) 산모를 더 이상 병원에 입원이 안 된다며 바로 대구로 방출했던..."
한 화물차 기사는, 대구경북 차량이라는 이유로 일감을 아예 받지 못했습니다.
[화물차 기사] "배차를 받았더라도 '어 경북 넘버네요, 어 대구 넘버네요, 죄송합니다' 하면서 빼버리는 거죠. 취소되는 거죠. 우리가 무슨 똥 묻은 뭐도 아니고..."
특히 대구 출신에, 성소수자인 사람들에겐 혐오와 비난마저 가중됐습니다.
이들이 마스크를 사는 것조차 꺼리게 되면서 방역망엔 오히려 허점이 생겼습니다.
[배진교/무지개인권연대 대표] "주민등록상 성별과 달라 보이는 트렌스젠더들은 신분증 요구를 받는 상황이 부담스러워서 마스크 구입을 최대한 늦추거나 포기하는 분들도..."
과학적 근거보다는 공포감에 압도된 반응이 쏟아지면서, 방역 당국도 난감해 했습니다.
[정은경/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지난해 3월 9일)] "대구·경북에서 오신 분들이 모두 다 감염자라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sns 댓글은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신천지'를 향해 바퀴벌레, 마녀, 사이비라는 비난이 폭주했던 시기,
대구에서 4살 어린이가 확진됐다는 안타까운 기사에도 '대구 좀비', '계엄령을 선포해 확진자를 처형하라'는 극단적인 말이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 18만 건을 빅데이터로 분석했습니다.
'코로나와 대구'를 핵심 표현으로 설정했더니 가장 많았던 반응은 '봉쇄'와 '신천지', '욕'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와 성소수자'로 설정한 분석에선 '구속'과 '사형' 또는 '쓰레기', '욕'이라는 단어로 이어졌습니다.
[육주원/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기존 사회적 소수자들과 굉장히 유사한 경험으로서의 차별과 배제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특정 지역을 향한 비난이 도를 넘어서자, 세계보건기구는 바이러스에 지역 명칭을 붙이던 관행을 폐기했습니다.
K방역의 공과를 뒤로 하고, 이제는 무엇이, 또 어디까지가 차별과 혐오인지 따져봐야 하는 숙제가 남았습니다.
사회적 신뢰, 과학적 판단이 흔들리는 어느 때, 또 다른 혐오와 차별이 우리 누군가에게 다시 들이닥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MBC뉴스 양관희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이지용·이승준/대구, 그래픽: 김종국/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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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관희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92661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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